[횡설수설]버려지는 쓰레기… 버려지는 양심

  • 입력 1997년 8월 17일 20시 03분


한국의 1인당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2.3㎏에 이른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1.8㎏, 스위스 1.4㎏, 영국과 독일 0.9㎏, 프랑스 0.86㎏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양인가를 짐작할 만하다. 이에 반해 쓰레기 수거 처리 재활용 등 관리대책은 한심한 수준이다. 92년 12월 「자원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95년 쓰레기종량제가 전면 실시됐으나 아직도 효율적인 쓰레기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에서 일거에 전국적인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하자 세계 각국은 놀라움과 부러움을 함께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해도 쓰레기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한 나라는 스위스뿐이었다. 독일 일본 미국 등도 일부 지역에서만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량제 실시 2년8개월이 지난 지금의 실정은 어떤가. 쓰레기 발생량은 줄었지만 질적인 문제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전국이 마구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도시고속도로 주변마저 새로운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일 수거하는 쓰레기 양도 놀랍거니와 쓰레기 종류도 무단 폐기차량에서부터 폐가전품 대형가구 일반생활쓰레기 등 갖가지다. 그것은 쓰레기라기보다 우리가 「버린 양심」이라는 생각이다. ▼쓰레기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는 것은 종량제의 부작용 등을 감안한 후속대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재활용 및 대형폐기물 처리대책이 미흡하고 분리수거와 음식쓰레기문제도 제대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생산 유통단계에서의 기업책임도 크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건전한 시민의식에 달렸다. 우리 모두가 버려진 양심을 되찾지 않고는 쓰레기지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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