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晋(진)나라 孫康(손강)은 집이 가난해 불을 밝힐 기름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겨울이면 눈빛에 책을 비춰가며 글을 읽어 벼슬이 어사대부(御史大夫)에까지 올랐다. 車胤(차윤)이라는 사람도 기름을 살 수 없어서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주머니에 담아 그 빛으로 책을 읽어 상서랑(尙書郎)이 됐다. 고생을 이기며 공부해 성공한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긴 유래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반딧불이에 얽힌 추억이 많다.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그 「개똥벌레」는 너무 흔해서 귀한 줄도 몰랐다. 잡아서 호박잎에 싸 잠자리 머리맡에 놓아두기도 하고 하도 신기해서 빛을 내는 마디만 떼내 이모저모 살펴보기도 했다. 이슬에 젖는 줄도 모르고 풀벌레 소리 요란한 개울가를 반딧불이를 좇아 밤늦도록 뛰어다닌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그 반딧불이가 사라졌다. 농약과 각종 오폐수로 개천이 오염되면서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와 물달팽이가 사라진 탓이라고 했다. 82년에는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했지만 반딧불이 보기는 여름철 시골에서조차 하늘의 별따기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들은 65%가 반딧불이를 본 적이 없다. 5천만∼7천만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반딧불이가 우리 세대에 이 땅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반딧불이가 돌아왔다고 성남시 맹산일대 주민들이 기쁨에 들떠 있다고 한다. 전북 무주군 남대천 일대에서는 어제까지 반딧불이를 살리자는 축제를 열고 반딧불이 보호조례의 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본에는 41개 반딧불이 보호지역이 지정돼 있다. 반딧불이 살리기는 단순한 추억 되살리기가 아니다. 환경을 살리는 일이다. 반딧불이가 가득 나는 청정한 밤하늘은 상상만 해도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