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기아 각본說」 불끄기

  • 입력 1997년 8월 6일 07시 43분


5일의 개각에서 신한국당 당원인 각료는 한 사람만 빼고 7명이 교체됐다. 안 바뀐 한 사람이 姜慶植(강경식)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다. 이로써 그는 金泳三(김영삼)정부의 마지막 경제팀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이날 기아그룹 문제에 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기아자동차의 제삼자인수 문제에 개입할 의사나 계획이 없으며 현정부 아래서는 제삼자인수가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기아 해법찾기의 전면에 강부총리가 나서기 시작한 것은 4일. 채권금융단 대표자회의를 수시간 앞두고 金仁浩(김인호)대통령경제수석 및 핵심 은행장들과 만나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이 신호탄이었다. ▼ 姜부총리에 쏠린 눈 ▼ 그는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채권단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기자들에게 『오늘 최종결론이 난다. 은행장들이 오후 4시경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가 지난달 15일 부도유예 대상으로 지정된 뒤 『개별기업 문제에 간섭할 수 없다』고 반복해온 그였다. 그러던 그가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는 뭘까. 이른바 「각본설」 불끄기가 급해졌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각본설의 요지는 이렇다. 「정부가 삼성그룹과 짜고 고의적으로 기아를 부도유예 대상이 되도록 했다. 그 다음 단계로 金善弘(김선홍)회장 등 기아 최고경영진을 퇴진시킨다. 그리고 친(親)삼성 외부경영진을 앉힌다. 궁극적으로는 삼성이 기아자동차를 인수한다」. 강부총리가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적극 지원해 자신의 연고지인 부산에 유치했다는 사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삼성측의 생각이 희한하게도 통상산업부 등 정부 관리들의 입에서 복사판처럼 흘러나온다는 사실. 이런 점도 각본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부가 부도유예를 적용받았던 진로그룹이나 현재 유예중인 대농그룹에 비해 기아 경영층에 유독 냉정하다는 사실도 각본설의 「심증」을 자극한다. 강부총리는 진로에 대해서는 애정어린 발언을 몇차례 했다. 진로가 지난 4월 부도유예 대상이 됐을 무렵 『국민에게 친근한 전통기업이 일시적 자금난 때문에 쓰러져서야 되겠느냐』고 말한 그다. 張震浩(장진호)진로그룹회장은 아직도 주력사인 ㈜진로에 대한 주식포기각서 및 처분위임장을 채권은행에 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채권금융기관들은 이 회사에 대출 및 지급보증 원금의 상환을 내년 9월말까지 유예해주었다. 그러나 기아는 부도유예 적용 이후 진로와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부총리는 『최고경영진의 사표 없이는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도 없다. 협력사들의 연쇄도산은 기아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5일 강부총리의 「제삼자인수 불개입」 표명으로 각본설이 사라질까. 그건 정부와 채권단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자구노력을 통한 회생」을 위해 정부와 채권단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달렸다는 얘기다. ▼ 「기아」公言 지켜질 것인지… ▼ 강부총리는 이날 『채권금융기관들이 제삼자인수가 아닌 자구노력을 통한 회생으로 기아자동차 처리방향을 설정했다』며 『정부도 이같은 방향 설정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이다. 무리한 제삼자인수 추진이 기아자동차의 회생과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오히려 결정적으로 저해할 우려가 높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재벌들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막대한 자금력만으로 과당출혈경쟁을 촉발할 경우 결국 업계 전체의 심한 피해를 자초할 것임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제삼자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강부총리의 공언이 지켜질 것인지 주목하고 싶다.이 난을 통해 두번째 말하지만 정부가 특정기업 처리에 복선을 깔아서는 안된다. 배인준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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