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얼어붙은 기업 설비투자

  • 입력 1997년 8월 4일 20시 34분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주요기업의 하반기 설비투자가 작년동기보다 7%, 연간으로는 4.2% 줄어들 것이라는 통상산업부 조사 결과는 향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한다. 올해 설비투자가 2.1% 감소하리라는 연초 예측보다 감소폭이 훨씬 커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산부가 2백대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한 93년 이래 설비투자의 마이너스 증가율은 올해가 처음이다. 과잉투자도 금물이지만 기업들이 적정수준의 투자로 성장잠재력을 키워놓지 않으면 경기가 회복되어도 탄력을 받기 힘들다. 구조조정과 대기업 연쇄부도, 금융시장 불안, 투자자금 조달의 애로 등이 투자심리를 급격하게 냉각시키는 주요인이다. 생산능력증대 투자가 축소되는 반면 연구개발 및 합리화 공해방지투자는 증가할 전망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인의 투자의욕 상실은 경제가 활력을 잃어간다는 증거다. 지금은 그 정도가 심해 걱정이다. 경제의 거품을 빼고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도 안되지만 한편에서는 왕성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북돋우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한치앞도 내다보기 힘든 금융시장 혼란을 해소하고 예측가능한 정책으로 경제의 안정을 기하는 데 정부와 금융계가 주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정규제만 해도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완화해야 한다. 금융불안에 따른 설비투자자금 조달 애로를 덜어줄 대책이 기업에는 급하다. 고비용(高費用) 저효율(低效率) 경제구조를 개선한다는 정부 의지도 요즘엔 시들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의 거품제거와 건실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상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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