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58)

  • 입력 1997년 8월 4일 10시 1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11〉 사란디브에는 이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혀왔던 야만인들의 함대를 괴멸시켜버리자 백성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데도 신이 났습니다. 추수가 끝난 뒤에는 한바탕 또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축제가 한창 무르익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왕은 나에게로 와 말했습니다. 『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이시여, 우리의 구원자여! 당신은 저 악랄한 야만인들로부터 이 나라와 백성을 지켜줌으로써 예언서에 나와 있는 바를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답니다. 백성들은 당신이 예언서에 나와 있는 또 다른 것을 증명해 보이시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당황하여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것이라니, 대체 뭘 더 원하는 거요?』 그러자 왕은 말했습니다. 『예언서에 따르면 당신은 이 나라의 일곱 선녀를 잉태시키고, 당신이 잉태시킨 일곱 명의 귀공자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 나라 백성들은 이제 당신이 이 나라의 일곱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시기를 고대하고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나는 다섯 번의 항해를 통하여 몇 차례 사랑의 상처를 입었던 터라 다시는 여자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하나도 아닌 일곱 명의 처녀를 한꺼번에 아내로 맞이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한 내 심정을 알 리 없는 왕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마침 저에게는 일곱 명의 공주가 있습니다. 물론 제 딸들이 당신의 고귀한 씨앗을 받기에는 부족하오나 한번 살펴보시고 귀엽게 보아주신다면 저로서는 선조의 위패에 걸고 자랑이 될 것이옵니다』 이렇게 말한 왕은 문 밖을 향하여 손짓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너무나도 아름다운 일곱 명의 공주가 수줍은 미소를 띤 얼굴들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일곱 공주를 보는 순간 정말이지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열일곱살이나 열여덟살쯤 되어보이는 그녀들은 하늘에서 갓 내려온 일곱 명의 선녀들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그녀들은 하나같이 맑고 청순한 얼굴에 영롱한 눈빛들을 하고 있어서 일곱 송이의 수련이 피어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날씬하고 기품 있는 몸매에 젖가슴은 불룩하고 허리는 잘록했으며 엉덩이는 둥글었으니 누구 하나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일곱 명의 공주를 굽어보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오, 왕이여! 둘도 없는 나의 형제여! 그대는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런 공주를 일곱 명이나 두었으니 그대보다 행복한 국왕이 세상에 달리 있을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기쁨에 차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이시여! 당신은 저의 일곱 딸년을 모두 거두어주시겠습니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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