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56)

  • 입력 1997년 8월 1일 07시 5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09〉 날이 채 밝기도 전에 나는 영리한 병사 한 사람과 붉은 수염을 데리고 왕궁을 나서 포구로 갔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배를 타고 북쪽을 향해 떠났습니다. 북방 야만인들이 사는 나라까지 가는 데는 뱃길로 사흘이 꼬박 걸렸습니다. 사란디브를 떠난 지 사흘째되는 날 밤에서야 우리는 야만인들의 그 「거대한」 전함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에 숨어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사란디브에서 데리고 온 영리한 병사와 함께 야만인들의 배며 무기를 샅샅이 조사하였습니다. 그리고 날이 새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항구를 빠져나와 사란디브를 향해 노를 저었습니다. 야만인들의 나라를 정찰하고 돌아온 나는 우선 장인들을 시켜 활과 화살을 만들게 하고, 병사들에게는 활 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쇠를 전혀 쓰지 않은 커다란 범선들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나는 필요한 여러가지 조치를 미리 취하여 두었습니다. 이윽고 추수철이 가까워졌습니다. 왕과 백성들은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습니다만 나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야만인들의 침공에 대비한 웬만한 준비는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수평선 위에 수많은 배들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야만인들이 쳐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야만인들의 배가 밀려오자 우리 쪽에서는 최근에 건조한 범선 한 척을 내보냈습니다. 그 범선에는 사란디브 왕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왕의 깃발을 단 범선 한 척이 다가오는 것을 본 야만인들은 우리 쪽에서 처음부터 항복을 하려고 하는 줄로만 알고 배들을 모두 정지시켰습니다. 이제 그들은 사란디브 왕의 영접을 받게 될거라고 생각했던 거지요. 왕의 깃발을 단 우리의 범선은 야만인들의 함대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야만인들의 함대 바로 코 앞에까지 다가갔을 때 우리측 장수 한 사람이 갑판 위에 나타나 적의 함대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 저 자석산의 귀인의 이름으로 나는 너희에게 명한다! 너희들은 그동안 이 선택받은 나라와 백성들을 무수히 괴롭혀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물러가겠다면 용서해주겠지만 그렇지 않고 한 뼘이라도 사란디브를 침공하겠다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측 장수가 이렇게 소리치자 처음 한동안 적진에서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한 척의 범선을 타고 온 장수가 그들의 그 거대한 함대를 향해 큰 소리를 쳤으니까 말입니다. 그리하여 적장 또한 갑판 위로 나타나 우리측 배를 향하여 소리쳤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내 이번에는 너희 사란디브에서 적절한 조공만 받고 그냥 돌아가려 했건만 너의 그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을 들으니 참을 수가 없구나! 너의 목을 베기 전에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우리 측 범선에서는 수많은 화살들이 일시에 쏘아져 적장을 향해 날아들었습니다. 적장은 느닷없는 화살세례를 받아 고슴도치처럼 되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적들도 활이라는 무기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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