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국당 경선이 남긴 것

  • 입력 1997년 7월 21일 19시 24분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신한국당 전 당대회는 1차투표에서 후보자를 가리지 못해 2차투표까지 가는 숨가쁜 접전으로 이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李會昌(이회창)후보는 1차투표에서 대의원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2차투표에서 金德龍(김덕룡) 李漢東(이한동) 李壽成(이수성)후보 등 반이(反李)4인 연대측이 미는 李仁濟(이인제)후보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막판 결전을 벌였다. 되돌아 보면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은 갖가지 명암(明暗)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전국 시도지부에서 20여일 동안 계속된 후보들의 합동연설회는 집권여당이 최초로 실시한 당내 민주주의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후보들이 대의원들을 상대로 자유롭게 지지를 호소하는 경쟁의 장(場)이 마련된 것은 그 자체로도 평가할 만하다. 과거 집권당이 미리 마련한 각본에 따라 후계자를 지명하고 만장일치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던 「체육관 선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도 엄정중립을 지키기 위해 어느 특정인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자제하는 등 후보자들 간의 경쟁에 초연한 입장을 보였다. 당초 「김심(金心)」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추측이 있었으나 결국 대의원들의 뜻이 「김심」이 된 셈이다. 당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당대회를 후계자의 형식적인 추인절차 정도로만 치부해온 과거 집권자들과는 달랐다. 당내 민주주의의 바탕과 기틀마련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자세변화다. 그러나 후보자들간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면서 갖가지 흑색선전과 인신비방 지역주의등장 금품살포설 등으로 국민을 크게 실망시킨 것도 사실이다. 이수성후보에 대한 괴문서와 정동포럼의 20억원 요구설,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향응과 매표설, 타후보에 대한 헐뜯기와 흑색선전 등이 경선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극도로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런 구태(舊態)들이 재연된 것은 크게 유감이다. 더구나 전당대회 직전에 경선을 포기한 朴燦鍾(박찬종)후보는 이회창후보가 지구당위원장을 상대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주었다고 주장했으나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증거제시가 없는 한 지금으로서는 흑색선전으로 볼 수밖에 없겠으나 이같은 매수설이나 괴문서사건 등은 경선이 끝나더라도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의혹을 말끔히 없앤다는 측면도 있지만 선거에서 그같은 구태 재연이 다시는 없도록 뿌리뽑기 위해서도 그렇다.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 이번 신한국당의 경선은 그런대로 당내 민주주의와 돈 덜드는 선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기대에는 크게 못미친다 해도 일단 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제 신한국당은 당운영과 당조직의 민주화에 전념해야 한다. 그것이 이번 경선후의 우선 과제인 후유증최소화와 당내화합 및 결속을 앞당기는 길일 것이다. 또 그래야만 다음에 정말 제대로 된 당내 경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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