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진료일기]『「속궁합」이 안맞아서…』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미시족 차림을 하고 병원문을 들어서는 K부인. 훤칠한 키에 세련된 분위기를 나타내는 외모였으나 얼굴에 깊게 드리운 근심을 감출 수 없었다. 어렵게 말문을 연 부인은 결혼생활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사연인즉 한지붕 아래 살면서 남편과 1년이상 방을 따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은 왠지 밖으로만 돌고 외도가 잦아 자신은 점점 관심밖의 여자가 되더니 언제부터인지 부부관계가 소원해지고 요즘엔 아예 별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끄러워 누구에게 이런 얘기도 못하고 있다가 여성성기능장애 전문클리닉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어떤 신체적 결함이있는지를 알고 싶어 왔다는 것이다. 대학 때 만나 신혼 때까지 열렬히 사랑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은 첫째 아이(4㎏)를 분만한 이후부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자신의 어떤 신체적인 변화가 남편으로 하여금 멀어지도록 한 것이 아닌가 어렴풋이 짐작하고 병원을 찾았다는 얘기다. 자세히 검진한 결과 이 부인은 질근육의 수축력이 말이 아니게 떨어져 있었다. 분만과정에서의 질근육 손상이 그 원인이었다. 많은 부인들이 어느 정도의 질근육 손상은 있지만 이 부인의 경우는 더욱 심했다. 우선 질회음부 봉합수술로 손상된 질근육을 복원시켰다. 아울러 질수축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방법도 알려주었다. 여성들은 분만이나 질병 폐경 등으로 여러가지 신체변화를 겪게 된다. 이 부인의 경우처럼 분만으로 인한 손상으로 성장애를 겪는 경우도 있고 선천적으로 질근육이 미숙하여 수축력이 부족한 여성들도 있다. 갱년기에는 질에 변화가 와서 고생하는 여성들도 많다. 그런데 이런 것을 모르고 남편들은 성관계에 있어서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한다. 행복으로 이어지는 부부생활에는 정신적인 사랑도 중요하지만 신체적인 사랑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옛날에는 속궁합이 맞지 않으면 못산다느니 했지만 현대의술은 이런 속궁합도 간단하게 좋은 궁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02―3444―0318 유회현(유회현 산부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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