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千만대시대(上)]2009년 2천만대 넘을듯

  • 입력 1997년 7월 13일 20시 10분


《국내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15일 1천만대를 돌파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15번째인 한국의 「자동차 1천만대 시대」는 풍요의 상징과 함께 문명의 이기이자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에 대한 규제와 절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자동차 증가사와 과제, 1천만대 시대의 교통문화, 한국 자동차산업의 어제 오늘 내일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국내 자동차 대수가 1천만대에 도달하는데 94년이 걸렸다. 국내 자동차 1호는 1903년 고종의 어차(御車). 당시 고종은 대신들의 거듭된 간청으로 재위 40년을 축하하는 칭경식(稱慶式)에 타고갈 어차(御車)를 미국에 주문했다. 그러나 이 차는 식이 끝난 뒤에야 도착해 행사에 이용할 수 없었다. 황제가 「매연과 소음을 내며 까부는」 자동차를 타는 것은 경망스럽다는 의견이 우세해 어차는 궁궐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한 뒤 이듬해 러일전쟁 와중에 사라지고 말았다.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차는 순종비 윤황후가 타던 영국 데임러사의 1914년식과 순종이 타던 미국 포드사의 1918년도식. 주문제작된 이들차에는 황실문장인 이화문(李花紋)이 새겨져 있다. 이들 차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모델로 현대자동차가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1912년에는 일본인이 대절택시 사업을 시작, 세도가의 자제들이 쌀 한가마니 삯을 주고 택시에 기생을 태워 놀러다니는 풍조가 번졌다. 같은 해 최초의 8인승 승합버스가 마산∼진주간 운행을 시작했다. 자동차가 80여대에 이른 1915년 총독부는 최초의 자동차법인 자동차취체규칙을 공포했다. 이후 자동차는 점차 늘어나 45년 해방 당시 한반도내 자동차는 7천3백86대에 달했다. 자동차 1만대 돌파는 47년에 이뤄졌다. 이후 20년만인 67년에는 5만대로 늘었다. 10만대(69년)에서 50만대(80년)로 늘어나는데는 11년이 걸렸다. 같은 기간에 1인당 국민소득은 2백10달러에서 1천5백97달러로 7배 이상 늘었다. 1백만대 시대가 열린 것은 1인당 국민소득 2천2백40달러를 기록한 85년. 이후 자동차 증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달려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 2백만대, 90년 3백만대를 넘어선 뒤 해마다 1백만대씩 폭증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은 지난해 6월 9백만대를 돌파했으나 경기불황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돼 7월에야 1천만대를 넘어서게 됐다. 이는 인구 4.8명(1.5가구)당 자동차 1대꼴로 이른바 「마이카 시대」를 맞게 됐다. 80년대말 집값이 폭등하면서 내 집 갖기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가구당 두세대의 차를 갖는 경우도 크게 늘어났다. 주말마다 차를 탄 행락인파로 전국이 몸살을 앓게 됐다. 주차난 오토캠핑 등 자동차 관련 단어들이 친숙해지고 경제성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자동차가 요즘은 도심진입통행료 차고지증명제 등 규제의 대상으로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차 갖기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하루 평균 증가대수 1천6백83대중 자가용 승용차는 1천3백67대로 81%를 차지하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의 연평균 증가율은 85∼96년이 28.4%, 91∼96년이 20.4%를 기록했다. 정부는 오는 2009년에는 자동차 2천만대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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