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위염 소화기궤양을 일으키고 위암의 원인이 되는 것은 맵고 짠 음식물과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이런 위장병은 실은 박테리아도 함께 작용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이것을 치료하는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 세균의 이름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몸체 길이 약 3㎛에 서너가닥의 편모를 가진 박테리아다.
국내 성인의 70% 정도가 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의대 서정기교수(소아소화기학)가 93년 서울지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교 1,2학년 8%, 5,6학년 19%, 중학3년생이 31% 등 나이가 들수록 높은 감염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대변을 통해 입으로 또는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균에 한번 감염되면 수십년 혹은 평생 동안 균이 없어지지 않는다. 감염자의 대부분이 만성위염을 일으키고 감염자의 10∼20%에서는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이 생긴다. 특히 십이지장궤양의 95%, 위궤양의 70%가 이 균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94년 이 균을 명백한 위암발생인자의 하나로 규정했다. 이 균 때문에 만성위염이 오래 지속되면 위점막이 얇아지고 위축되며 장점막처럼 변하면서 변이가 생겨 암이 생겨난다는 것.
강남성모병원 정인식교수(내과)는 『감염자 중 암이 생길 확률은 1만명에 1명꼴로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어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느냐가 아직 논란거리. 정교수는 『미국에선 그동안 소화성궤양 환자를 중점 치료하자고 방침을 정했다가 지난해 10월 서유럽 의사들이 모여 △심한 위염환자 △소화성궤양을 치료해도 재발할 수 있는 환자 △위에 임파종양이 있는 환자 △초기위암 수술후 이 균에 감염된 사람으로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서교수에 따르면 『만성복통이 있고 균에 감염된 어린이는 균 박멸치료를 할 경우 상태가 확실히 좋아진다』는 것.
이 균의 박멸에는 비스무스제제와 항생제 등 서너가지 약제를 섞어서 쓰고 있으며 기존의 2주일 치료를 1주일로 단축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궤양환자의 치료율은 현재 90% 이상.
그러나 균을 없애더라도 재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백신의 개발이 필수적. 고려대 김진호교수(내과)는 『서양에서 개발한 백신을 동물 실험한 결과 예방과 치료에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수년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