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6일 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입구에 주차해둔 승용차가 미끄러지면서 계단으로 굴러떨어져 행인 1명이 사망했다. 자동차의 기본구조를 몰라 일어난 어이없는 사고였다.
운전자가 제대로 핸드브레이크를 조작해도 이런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핸드브레이크는 오래 사용하면 브레이크 패드가 닳거나 브레이크 케이블이 늘어져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경사진 길에 주차할 때는 핸드브레이크와 함께 변속기를 이용하면 안전하다.
차 뒤쪽으로 미끄러질 위험이 있을 때는 기어를 1단이나 2단에 넣어두고 반대로 차 앞쪽으로 미끄러질 위험이 있으면 후진기어를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설혹 핸드브레이크가 풀리더라도 차가 움직일 리 없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이런 기본구조를 몰라서 일어나는 사고가 적지 않다.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4륜구동차가 갑자기 한강으로 떨어져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목격자들은 『차선변경을 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돌면서 강으로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4륜구동 상태에서 시속 80㎞ 이상으로 달릴 경우 코너를 돌 때 뒷바퀴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 되어 조종력을 잃을 수 있는 차의 특성을 무시해 일어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강원도 홍천에서 승용차가 강으로 떨어져 3명이 사망한 사고 역시 경찰은 「운전 미숙」이라고 간단히 결론지었다. 물론 안전불감증과 함께 운전미숙이 여러 사고의 직간접 원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자동차의 기본특성을 조금만 알고 있어도 불행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운전자들이 운전미숙이라는 딱지가 붙여진채 너무 자주 희생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26만5천5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1만2천6백53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균 2분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 하루에 35명꼴로 아까운 생명이 사라진 셈이다.
정부가 지난 92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망사고 줄이기 5개년 계획」조차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수의 증가를 고려해도 사망자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사고의 원인을 보면 깜짝 놀랄 일이 있다. 「중앙선 침범」이 2천3백78명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고 이어 △운전미숙(2천1백60명) △음주운전(9백79명) △신호위반(3백82명)순이었다.
교통사고의 원흉으로 알려진 음주운전보다 운전미숙으로 발생한 사망자가 2배 이상이라는 얘기다.
「술취한 운전자」보다 오히려 「미숙한 운전자」가 도로에서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욱이 음주운전사고는 운전자가 당장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해결될 수 있지만 운전미숙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문제여서 더욱 심각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과 정보를 알려주는 곳이 가까이 없다는데 있다. 다행히 올해부터 운전면허시험에 도로주행을 포함시켰지만 우리나라처럼 면허증을 쉽게 주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더욱이 면허를 취득한 뒤에는 독학으로 알아서 경험을 쌓는 길 외에 개인이 안전운전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치원교육만 시켜놓고 평생 방치해버리는 꼴이다.
운전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병아리 운전자」를 양산해놓고 운전실력을 키울 기회를 주지않는 사회구조의 문제다.
〈전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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