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은 초등학생 자녀에게 그냥 많은 액수의 용돈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돈은 노력과 땀의 대가」라는 인식이 뿌리깊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일을 시키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용돈을 주는게 보통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 효주와 4학년인 아들 택보에게도 이러한 영국의 관행을 적용하고 있다. 기상시간으로 정해진 아침7시반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물을 챙기거나 학교갔다와서 손을 씻는 등 자기관리를 잘하면 10펜스(약 1백50원)에 해당하는 점수를 준다. 그대신 늦잠을자는 등게으름을피우면 점수를깎는다.
영국인들은 될 수 있으면 물건을 새로 사지않고 「카부츠 세일」로 알려진 중고품시장을 이용한다. 동네주민들이 평소집에서잘 쓰지않는생활용품을 차에 가득 싣고 인근 학교운동장으로 모여서로 팔고 사는 것이다.
얼마전 효주가 새로 사려면 1백파운드(약 15만원)정도는 줘야하는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해서 카부츠 세일에서 15파운드에 중고자전거를 사줬다. 효주는 새 자전거를 사주지 않았다고해서 한마디도 불평하지 않았다.
효주가 지금 들고다니는 책가방도 6년전 서울에서 사온 것이다. 앞부분 작은 주머니의 지퍼가 고장나고 밑바닥은 낡아 군데군데 작은 구멍이 나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조금만 유행이 지나도 싫증을 내고 새것을 사달라고 조르던 효주는 이미 오래전 쓰레기통에 들어가고도 남을 이 가방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계속 들고 다니고 있다.
아들 택보도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멍난 양말을 들고와 꿰매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