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장실질심사 폐지라니…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법원과 검찰간의 갈등으로 영장실질심사제가 퇴색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검찰 일부에서 이 제도의 폐지 주장까지 대두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어떤 제도든 도입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하물며 인권보호와 불구속재판원칙의 정착 차원에서 오랜 논란 끝에 어렵게 도입한 이 제도를 겨우 6개월간 시행해보고 폐지 운운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영장실질심사제 실시 6개월에 대한 검찰의 자체평가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구인하는 피의자의 신병관리 때문에 수사인력이 달리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장기각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나 늘어나 수사에 적지않은 지장을 받은 측면도 있다. 또 변호인을 선임한 피의자의 영장기각률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피의자보다 3배나 높아 「무전(無錢)구속, 유전(有錢)불구속」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근거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영장기각률이 높아 구속자가 종전에 비해 34%나 줄어드는 등 피의자 인권보호와 불구속재판원칙이 정착되고 있다는 법원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제도 시행 후 업무가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기는 법원도 검찰과 마찬가지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특히 판사가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를 직접 심문함으로써 불필요한 구속을 최소화하자는 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판사가 수사실무에 간섭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최근 수원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검찰이 재청구한 영장을 법원이 재기각하자 검찰이 이례적으로 항고를 제기하는 등 이 제도운영을 둘러싸고 법원과 검찰이 계속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모양이 안좋다. 이런 일들을 빌미 삼아 검찰 일각에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이 제도 자체를 사실상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다. 검찰과 법원은 이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에 시작한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 대화를 외면하고 독자적인 대응으로 힘겨루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본란이 여러번 지적했듯이 법원과 검찰이 이 제도 도입의 취지를 잊고 권한과 책임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이성적인 자세가 아니다. 이 제도의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인력과 장비부족 그리고 그밖의 제도적 미비점 등은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 하나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서 정착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행상에 다소 갈등이 있더라도 긴 안목에서 당장의 어려움들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법원과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싼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고 그 정착에 다같이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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