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학교폭력과 자식교육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중고등학교가 혹 불량청소년들의 우범지대가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일부 학생들이 단순한 장난이나 일시적 위악(僞惡)의 수준을 넘어 성인폭력조직을 흉내내거나 금품갈취를 상습화하고 있다. 급우를 괴롭히다가 저수지에 빠뜨려 죽이고 귀가를 타이르는 선생님을 집단폭행하는가 하면 버스 안에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꾸지람하는 노인을 발길로 차 중태에 빠뜨렸다 ▼학교 내에서 잔혹한 상습폭력을 당해온 학생들이 자살을 기도하거나 자퇴 가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선생님께 알리지도 못한다. 알려봐야 대충 얼버무려지거나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여학교도 결코 폭력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보도다. 고등학생의 43%가 폭력을 경험했고 그들중 63%가 교내에서, 절반 정도가 같은반 학생에게 맞거나 따돌림 당하고 금품을 강요당했다는 조사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폭력학생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좀처럼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 무섭다. 잔혹한 폭력을 마치 유희처럼 즐기는 행위가 학교라는 보호받는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면죄(免罪)라는 식의 의식이 있다면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학교는 결코 「짐승의 법칙」을 용인하는 곳이 아니다. 선생님들부터 이 점을 분명히 가르치고 학생들을 폭력으로부터 적극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흔히 학생들이 빗나가는 이유로 폭력영상물의 범람, 학교주변환경의 오염, 입시교육과 가정교육의 문제 등을 거론하지만 그것으로 학교폭력을 변명할 수 있는 단계는 훨씬 넘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당국이 학교폭력을 민생치안문제로 인식하고 근절에 나서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또 한번 엄포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식들을 마음놓고 학교에 보낼 수도 없대서야 어디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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