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동차전쟁과 구조조정

  • 입력 1997년 6월 10일 07시 47분


자동차산업의 중복 과잉투자 문제는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삼성자동차의 보고서가 자동차업계를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몰아가고 있다. 국가 주력산업이면서도 장래가 불투명,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터에 국내 업체끼리 소모전을 벌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연구원 개인 차원에서 만든 것이라는 삼성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기존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면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에 공개사과와 94년 승용차사업 진출 때 정부에 낸 각서의 이행을 촉구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식의 보고서가 기존업계에 피해를 주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협회의 주장에 대해 삼성측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중복투자도 삼성의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에 원인이 적지 않은데 스스로 구조조정을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기존업계의 주장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자동차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불황에 따른 내수 및 수출부진과 채산성악화는 말할 것도 없고 2000년대에 가면 세계 자동차회사는 많아야 7,8개 정도만 살아남고 우리업체는 한두개가 생존대열에 낄지 말지 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삼성의 신규진출은 물론 기존업계 또한 앞다투어 국내외의 생산시설을 확장함으로써 중복 과잉투자를 가중시켰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업체끼리 진흙탕싸움을 벌이며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다. 21세기 생존전략을 짜기에도 급한 지금이다. 정부가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을 허용할 당시 본란은 중복 과잉투자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내외 연구기관의 수급예측을 도외시하고 신규진출을 허용함으로써 오늘의 논란을 낳았다.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용이하도록 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업계의 자율과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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