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선진/불경기 언제 끝나나…中企人 살길 막막

  • 입력 1997년 6월 6일 09시 43분


동생은 섬유를 취급하는 조그만 무역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젊어서 리어카행상 포장마차 월급쟁이… 안해본 것 없던 끝에 오늘을 이룩해 놓은 평범한 시민이다. 부모님 유산 한푼 받은 것 없이 생활력 강한 올케와 더불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지하 사글세방부터 시작했는데 작년에 산좋고 공기 맑은 가평에 아담하고 그림같은 집을 지어 놓았다. 꿈이 아닌가 하여 잠이 들면 없어질세라 밤을 도와 정원을 가꾸고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를 쓰다듬으며 행복해 했다. 그런데 올해 불경기 탓에 동생 사업도 서리를 맞았다. 형제들이 힘을 합해 도와본들 깨진 독에 물붓기였다. 늘어만 가는 은행빚과 사채에 어느새 반백의 중년이 돼버린 동생은 좌절감에 날마다 술에 젖어 생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동생을 보노라면 가슴이 저린다. 건강하던 두 오라버니를 작년 재작년 연거푸 암으로 잃어버리고 또다시 동생마저 저렇게 되고 보니 사는 것이 너무나 허무하고 두렵다. 그러나 집을 팔아 부채를 정리하고 또다시 시작해 봐야 한다. 주위경관 아름답고 위치 또한 좋으며 자손 대대로 살겠다고 벽돌 한장한장에 정성을 들여 튼튼히 지은 집이다. 그런데도 팔리지 않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 이 불경기가 언제나 끝날지 답답하다. 이선진(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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