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부모 울린 과외학원

  • 입력 1997년 6월 5일 08시 19분


유명 학원장과 현직 교사까지 포함된 입시학원 비리 적발로 사회 전체를 사교육비의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한 주범이 과외학원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과외 열풍으로 전에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과외학원들이 각종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가며 돈벌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이들이 챙긴 어마어마한 돈은 결국 학부모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과외비를 벌기 위해 부업전선에 뛰어든 주부가 있는가 하면 과외비 부담이 힘에 겨워 이민까지 결심하는 가장이 있는 현실이다. 이 점에서 이들의 비리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과외비리의 온상은 지난 95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보습학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규모 과외학원이라고 할 수 있는 보습학원은 은밀히 이뤄져온 불법과외를 양성화한다는 취지에서 허용됐으나 상당수가 각종 비리가 판을 치는 고액과외 장소로 판명됐다. 보습학원 운영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함께 보습학원 자체가 꼭 필요한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끈질기게 이어져온 과외학원과 현직교사들의 공생관계도 이번 기회에 뿌리뽑아야 한다. 모의수능시험을 실시하거나 부교재를 채택하면서, 심지어 학생을 과외학원에 소개해주면서 대가를 받은 것은 공교육을 수호해야 할 교사들로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비록 일부에 국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과외를 부추길 뿐아니라 공교육의 공동화(空洞化)를 자초하는 자해(自害)행위다. 결코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면책받을 수 없다. 과외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교육당국이 앵무새처럼 되뇌는 말이 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불법과외를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입시학원 비리사건은 이러한 교육당국의 공언이 거짓이었음을 보여준다. 교육당국의 확고한 단속의지만 있었더라면 과외학원들이 규정을 어겨 고액의 수강료를 챙기거나 값비싼 부교재를 강요하는 것 등은 절대 발붙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일선 교육청의 불법과외 단속인력이 부족한 점도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 서울지역의 경우 입시학원 숫자가 4천개에 육박하는데 비해 단속인원은 4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인원 확충은 물론 해당 공무원에게 사법권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해 효과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비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이제 학부모들이 나설 때가 됐다. 수험생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과외가 필요하기는 하나 모든 시험준비를 과외로만 해결하려 드는 것은 학습효과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백만원짜리 고액 과외가 존재하는 것은 그만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과외를 비난하면서도 스스로 과외에 집착하는 학부모의 이중적인 자세는 냉정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