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어느 방송에서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몸안에 유해(有害)산소가 만들어져 건강에 해롭다』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후 한동안 저희 건강증진센터의 환자가 줄었습니다. 일껏 찾아온 사람도 『운동을 잘못하면 몸에 나쁘다는데 아예 하지 말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산소는 무조건 좋은 걸로 알았는데 몸에 나쁜 산소도 있나요』라고 질문합디다.
아마 어렸을 때 세숫대야에 물을 떠놓고 얼굴을 담근 채 숨을 안 쉬고 누가 오래 있나 내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보통사람은 기껏해야 30초∼1분 버팁니다. 「잠수의 명수」라는 해녀도 2,3분 정도 호흡을 멈추고 물속에서 작업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며칠씩 견디는 사람은 있어도 산소 없이는 단 10분도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1분에 들이마시는 산소는 2백50㎖. 하루 동안 2가마니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을 마셔댑니다. 그러나 아무리 폐에 충분한 산소가 들어와도 몸안의 장기나 조직 구석구석까지 산소가 배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처럼 신체 말단까지 산소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으면 병이 생깁니다. 각종 만성질환이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병, 심지어는 암도 따지고 보면 산소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그런데 유해산소란 무슨 말일까요.
급격한 운동이나 폭식 과음으로 에너지원과 산소의 균형이 깨지면 대사과정에서 남거나 부족한 산소가 문제가 됩니다. 즉 「세포공장」이 가동될 때 나오는 찌꺼기(오염물질)가 유해산소입니다.
정상적인 산소는 우리 몸에 1백초 이상 머무는데 비해 이렇게 생성된 유해산소는 만들어지는 즉시 주위에 있는 단백질 지방 핵산과 결합, 산화작용을 일으켜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조직을 마구 파괴합니다.
아이고 무서워라. 산소가 병을 만든다니….
그러나 걱정할 것 없습니다. 우리 몸안에는 유해산소의 활동을 막아 주는 항산화물질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SOD가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입니다. 오염물질이 있으면 정화시설이 있듯이 SOD는 유해산소를 찾아다니면서 없애줍니다.
자기 몸에 부치는 강한 운동을 하면 몸안에 유해산소의 생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SOD가 처리할 수 있는 이상의 유해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적당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항산화물질의 생성을 도와줍니다. 무턱대고 아무 운동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부터 운동처방을 받고 자기 몸에 알맞은 운동을 골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건강의 비결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날마다 웃는 낯으로 즐겁게 지내며 시간 나는대로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하는 겁니다.
너무 평범하다구요. 아닙니다. 평범한 진리일수록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황수관(연세대의대교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