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외설시비에 휘말려 재판을 받아온 작가 蔣正一(장정일)씨가 엊그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일단 이 소설을 문학작품이 아닌 음란물로 규정한 것이다. 90년대 신세대문학의 대표주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설 시 희곡 등 다방면에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재능있는 작가가 어쩌다 이같은 시비에 말려들게 됐는지 잘잘못을 떠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제가 된 장씨의 소설은 30대 유부남과 여고 3년생의 불륜관계를 다룬 내용으로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법정에서 『성묘사는 소설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세태와 어두운 현실을 꼬집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문학으로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다는 것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어떤 종류의 문학작품이든 책이 되어 시중에 나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작가가 문학적 가치추구 이전에 사회통념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윤리와 도덕이 무너져 가고 청소년들의 탈선과 비행이 속출하는 마당이라 특히 음란물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예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문학작품의 외설여부는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맡겨두는 것이 원칙이다.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수용자들의 정서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문학계의 주장처럼 장씨의 법정구속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가 된다면 여러모로 불행한 일이다. 이 점에서 문화계에서는 여러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탄스러운 것은 법의 판단까지 구해야 할 정도로 각종 음란물이 홍수를 이루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