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자금세탁방지법]「떡값」 불법정치자금서 제외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당정이 합의한 「금융실명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은 경제를 살리고 범죄도 막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우선 금융실명법은 긴급명령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를 완화하여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지하자금을 양성화하자는 「당근」의 성격을 띤다. 반면 자금세탁방지법은 실명제 완화로 나타날 부작용을 막기 위해 검은 돈의 세탁행위를 처벌하는 「채찍」으로 도입됐다. 자금세탁방지법에서는 당초 계획과 달리 고액현금거래를 국세청과 검찰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제도를 뺐다. 정부는 금융거래를 위축시킬 우려가 많아 백지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러한 장치없이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범죄행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실명법에서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데다 금융거래 자료통보마저 안되면 검은 돈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진다. 보완방안으로 금융기관들이 고액현금 거래기록을 5년이상 보존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이미 상법에서 보존이 의무화돼 있는 만큼 별다른 의미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고액현금거래의 기준도 대통령령에 위임해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고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현재 정부는 1천만원이상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은 5천만원이상을 고집해 당정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이나 세무당국이 필요할 경우 압수수색 영장없이 고액현금 거래 내용을 열람하도록 한 것은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불법 정치자금의 세탁행위를 금지해놓고 「떡값」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 정치자금에서 제외, 돈세탁 방지법의 처벌대상에서 빼줬다. 돈세탁방지법이 불법정치자금의 세탁행위를 제대로 막기 어려워진 것이다. 〈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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