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뿐인 아이, 아낌없이” 골드키즈에 명품매출 쑥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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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속 ‘한자녀 챙기기’ 붐
5개 아동복 브랜드 작년 매출 32%↑
가성비 앞세운 중저가 브랜드 외면
“아동복 양극화, 출산율 악영향”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얼마 전 두 살 된 딸을 위해 한 명품 매장에서 팔뚝만 한 50만 원짜리 유아용 원피스를 구매했다. 김 씨는 “주변에 명품 브랜드의 아동복을 입는 아이가 많아 자녀 옷차림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며 “우리는 아이가 한 명뿐인 만큼 최대한 좋은 것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백화점에 가면 버버리 칠드런, 몽클레르 앙팡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명품숍이 성인 명품숍만큼 문전성시”라고 덧붙였다.

● 명품 아동복 매출, 1년 전보다 32% 급증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집계돼 역대 최저치를 찍었음에도 명품 아동복 시장은 오히려 활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뿐인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며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아동복 브랜드와 명품 아동복 브랜드 간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BC카드가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명품 아동복 브랜드 중 결제 건당 단가가 높은 5개 브랜드의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9% 증가했다. 3년 전인 2020년에 비해서는 152.0% 증가해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백화점 업종 등에서는 브랜드의 결제 단가가 높을수록 명품으로 간주한다.

지난해 명품 아동복 이용 고객 수 역시 전년 대비로는 11.5%, 2020년과 비교했을 때는 55% 급증했다. 서울의 한 주요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비 디올, 펜디 키즈 등 명품 아동복 매출이 2022년 대비 25% 이상 올랐다”며 “전반적인 아동용품 매출과 비교해도 명품 아동복 브랜드의 매출 증가 폭이 훨씬 가파르다”고 말했다.

반면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아동복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4일 방문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상가 곳곳을 둘러보니 비어 있는 점포도 상당수였다. 이곳에서 27년간 아동복 판매를 했다는 60대 상인 A 씨는 “4월 말이 어린이날 직전이라 대목임에도 하루에 손님이 20명도 안 왔다”며 “저출산에 요즘 젊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명품을 사 입히는 게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5년 전보다 매출이 80%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 “골드키즈 현상, 저출산 부추길 수도”

이처럼 아동복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는 건 부모들이 한두 명의 자녀를 ‘왕’처럼 키우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골드키즈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아동복 시장의 양극화는 저출산 시대의 새로운 단면”이라며 “다만 골드키즈 현상이 심화되면 ‘부유한 사람들만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오히려 저출산의 또 다른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키즈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로모니터 등에 따르면 중국에선 2020년 출생 인구가 1200만 명으로 2015년(1655만 명)에 비해 27.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유아·아동복 시장 규모는 오히려 63.7% 커졌다. 일본 역시 일찍이 저출산 위기가 시작됐음에도 육아용품·서비스 시장은 2015년 3조4985억 엔에서 2020년 4조3120억 엔으로 오히려 23.3% 확대됐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골드키즈#명품매출#출산율 저하#한자녀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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