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獨법정서 유죄판결 舊동독 정보총책 「볼프」

  • 입력 1997년 5월 28일 20시 16분


30년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구동독의 정보기관 책임자로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마르쿠스 볼프(74)가 27일 뒤셀도르프법원에서 동독시절 4건의 납치사건과 관련,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개인범죄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정권범죄 청산차원에서 이루어진 「사법적 단죄」였다. 서방의 첩보기관으로부터 「얼굴없는 사나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볼프는 냉전시대 서독에만 최고 5천명의 비밀첩보원을 침투시키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상대로 첩보활동을 해왔다. 빌리 브란트가 서독총리직을 사직했던 이유도 볼프가 심어놓은 브란트의 최측근 보좌관 권터 기욤때문이었다. 볼프의 첩보활동이 얼마나 신속, 정확했던지 호네커 전동독 대통령은 서독정부의 정책이나 요인들의 동정을 1주일 먼저 알고 있었다는 후문이다.그는 첩자들을 주로 정부기관의 독신 여비서에게 접근시켜 최고기밀을 빼냈고 때에 따라서는 대담한 납치도 서슴지 않았다. 서방세계에서 수많은 첩보를 빼냈던 그는 자신에 관한 비밀 유지에는 엄격했다. 그는 58년부터 86년까지 재임했는데도 서방 첩보국이 파악한 그의 인물관련 정보는 59년도에 찍은 인물사진 한장뿐이었으며 때문에 존재 자체가 한동안 부인되기도 했다. 1923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헤킹겐에서 유태인 공산주의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10세때 소련으로 이주했으며 21세에 소련당국에 의해 베를린의 라디오방송기자로 독일에 파견됐다. 87년 첩보기관을 떠난 그는 90년 통독 사흘전 소련으로 탈출했다가 91년 12월 스스로 돌아와 독일법정에 섰었다. 〈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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