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정유석씨 「에쿠우스」주역으로 연극 첫무대

  • 입력 1997년 5월 14일 10시 15분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실험극장의 연극 「에쿠우스」에서 소년 알런 역을 맡아 일약 스타가 된 배우들이다. 7대 알런 정유석씨(25)는 곱상한 얼굴, 자그마한 몸집 속에 깜짝 놀랄만큼의 광기와 에너지를 담아 스타선배들의 뒤를 잇고 있다. 말 여섯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 정씨가 분석하는 알런은 결코 미친 놈이 아니다. 『평범하지 않을 뿐이지 비정상적 인물은 아닙니다.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순수한 영혼을 지녔을 뿐이죠. 현대인의 위선과 기계문명이 어떻게 인간의 원초적 열정을 죄악으로 몰아가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알런에게 말(에쿠우스)은 목숨이고 꿈이고 신이라고 설명한다. 그 말을 찌른 것은 신에 대한 저항이라는 풀이다. 『나에게 에쿠우스는 곧 연기』라는 정씨는 『그러나 내가 에쿠우스에 저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정씨와 「에쿠우스」는 적잖은 인연이 있다. 4년전 당시 실험극장 대표이던 고 김동훈씨로부터 알런 역을 제의받고 만날 약속까지 했는데 꽉찬 TV스케줄 때문에 약속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그후 군에 입대했고 복무중이던 지난해 3월 김대표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가슴을 쳤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제대 뒤 다시 섭외를 받고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적어도 하루에 한 가지 씩은 배우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이 잃고 사는 열정의 세계에 푹 빠질 때면 아, 이렇게 살다가 죽어도 좋겠다 싶어요』 서울공고 재학중이던 88년 TV드라마로 데뷔했다. 불꽃같은 연기 보다는 천천히 타오르는 장작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지니고 있다. 공연은 31일까지 서울 두레극장. 02―453―7710 〈김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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