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78)

  • 입력 1997년 5월 10일 08시 27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31〉 그 섬에는 또 무소라고 불리는 야수가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소나 물소들과 마찬가지로 풀을 뜯어먹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낙타보다 덩치가 큰 동물로서 낙타나 마찬가지로 나무 잎사귀나 가지를 먹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보는 동물들과 아주 달랐으니 키는 십여척이나 되고 특이하게도 머리 한가운데 크고 굵은 뿔이 하나 돋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뿔을 두쪽으로 쪼개어보면 신기하게도 그 속이 인간의 형상으로 되어 있답니다. 순례자들이나 바다와 뭍으로 여행을 하는 나그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카르카단이라고 불리는 이 짐승은 그 완강한 뿔로 커다란 코끼리를 꺼꾸러뜨려놓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유유히 해변에서 풀을 뜯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은 코끼리의 기름이 햇볕에 녹아 그 무소의 눈에 튀어들어가게 되면 무소는 소경이 되어 바닷가에 쓰러지고 만답니다. 그렇게 되면 루흐가 날아와서는 소경이 된 무소와 무소의 뿔에 받혀 죽은 코끼리를 한꺼번에 채어 간답니다. 새끼들에게 먹이로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하여 이 섬의 코끼리와 무소의 숫자가 저절로 조절되는 거지요. 그밖에도 나는 그 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신기한 것들을 보았습니다만, 그런 것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다보면 당신들은 지루해 할 것 같으니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그 섬을 두루 구경하고난 나는 가지고 있던 다이아몬드 몇 개를 팔아 금화와 은화로 바꾸었습니다. 그 돈으로 나는 갖가지 상품과 선물을 샀습니다. 짐짝이 모두 꾸려졌을 때 나는 그것을 낙타와 노새의 등에다 싣고 상인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도시에서 도시로 여행을 계속하면서 물건을 매매하기도 하고 이국의 신기한 풍물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몇 달을 여행한 끝에 나는 마침내 바소라에 도착하였습니다. 바소라에서 며칠을 묵은 뒤에는 다시 바그다드로 향했습니다. 고향에 도착하자 친척과 친지들이 몰려와 나의 무사한 귀가를 기뻐해 주었습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진기한 선물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여독이 풀린 뒤에서야 계산을 해보니 나는 이번 여행에서 한 자루의 다이아몬드, 다섯 궤짝의 금화, 그리고 각종 상품들을 산더미처럼 벌어온 셈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두번째 항해 이야깁니다. 이야기를 마친 주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 좌중의 한 사람이 질문했다. 『그런데 그때 당신을 무인도에 혼자 남겨둔 채 떠나버린 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고국으로 돌아온 뒤 당신은 그 선장을 다시 만나보지는 못했습니까? 그리고 그 배에 실려 있던 당신의 짐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질문을 받은 주인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질문에 대해서는 내일 대답해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때 마침 하인들이 식사를 날라왔기 때문이었다. 뱃사람 신바드는 짐꾼 신바드와 더불어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주인은 짐꾼에게 말했다. 『오, 형제여! 부디 내일도 와주기 바라오』 그리고는 하인을 시켜 다시 금화 백 디나르를 짐꾼에게 주라고 했다. 짐꾼은 너무나 기뻐 무수히 감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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