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대학시절 기숙사 동료가 추천하던 영화 「챔프」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이혼 후 아들을 데리고 사는 전직 권투선수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버지의 자식사랑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보기 드문 영화였다.
눈물은 영화 종반에 아들이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아버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쏟아졌다. 엄마 없이 고생하는 모습을 안쓰러워했던 아버지는 재혼해 부유하게 살고 있는 전처에게 아들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너는 말도 안듣고 밥도 많이 먹어서 더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다. 엄마한테 가서 살아라』고.
그러자 아들은 『앞으로 밥도 많이 안먹고 아버지 말씀도 잘 들을테니 제발 아버지 곁에 있게 해달라』고 눈물로 사정한다.
영화 속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사랑을 주시던 아버지가 지난 3월 뇌졸중으로 쓰러지신지 1주일만에 일흔여섯해의 생을 마감하셨다. 옛사람들은 아버지의 돌아가심을 「천붕」으로 표현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심정을 가수 정태춘은 「사망부가(思亡父歌)」에서 『이승에서 못다하신 그 말씀 들으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라고 노래했다. 아버지가 이승에서 못다하신 말씀은 무엇이었을까.
오늘 어버이날에는 나도 아버지 묘소를 찾아 그 말씀을 들어보고 싶다.
김동규 (서울 강서구 등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