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해 네게브사막]피·눈물로 꽃피운「약속의 땅」

  • 입력 1997년 5월 8일 07시 55분


하나님의 백성으로 태어난 이스라엘 민족. 그들이 찾아 헤맨 약속의 땅, 이스라엘. 그러나 그 상당부분은 사람이 살기 힘든 「인간 한계의 땅」 사막이다. 사시사철 지표를 태울 듯 내리쬐는 강렬한 태양 빛에 황무지로 변한지 오래다. 여기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이방인의 시각. 이스라엘에 네게브사막은 미래를 간직한 약속의 땅이다. 어째서 일까.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후 40년을 헤맨 곳이 어딘가. 다윗이 사울왕을 피해 도피한 곳은 또 어딘가. 여기 네게브사막이다. 세례 요한과 그후의 예언자들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수행한 곳도 여기다. 네게브사막은 요르단계곡을 따라 예수가 40일 동안 기도를 한 유대광야로 이어진다. 네게브사막의 전통이 이어진, 예사로운 땅이 아니다. 사막이 이스라엘에 죽음의 땅일 수 없는 이유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고대하는 구원, 반석처럼 흔들리지 않는 깊은 신앙, 그 모태도 그곳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물리치고 현대로 들어선다해도 그런 사막의 역설은 변치 않는다. 생전에 이스라엘의 미래가 네게브사막에 있다고 간파한 벤 구리온(이스라엘 초대총리). 그의 강철 같은 의지와 미래를 통찰하는 혜안을 우리는 이스라엘의 사막에서 느낀다. 브엘세바에서 남쪽으로 가다가 만나는 사막의 옥토가 그 증거다. 멀리 갈릴리호수에서 물을 끌어 이뤄낸 20세기의 기적, 그 억센 개척정신은 네게브사막의 전통에서 비롯된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네게브사막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잇는 고대문명의 지름길. 지중해와 가자지구, 인도양과 대서양, 동양과 서양을 잇는 무역로였다. 그래서 네게브사막여행은 역사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이다. 또 모래사막이 아니라 민둥산과 계곡으로 이뤄진 황무지인데다 주변에 여러 도시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지구 지표상 가장 낮은 땅인 죽음의 바다, 사해(死海)가 있고 9백60명이 로마군과 결사항전을 벌여 모두 자결한 마사다요새가 있다. 또 오아시스이자 와디(비가 올때만 생기는 사막의 강줄기)인 에인가딘, 세계 최고의 성경인 사해사본이 발견된 쿰란(사막거주지)이 여기에 있다. 네게브와 유다사막에서 이스라엘의 드라이랜드를 직접 경험해 보자. <조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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