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방송위 홍보부장 함상규씨

  • 입력 1997년 5월 2일 08시 20분


종민이(경기 부천시 창영초등교 3년)는 날마다 잠자기전 일기를 쓴다. 1시간이 걸리는 것은 보통이고 2시간 넘도록 끙끙거릴 때가 많다. 엄마 정주영씨(34·부천시 괴안동 삼익아파트)는 종민이의 일기장 말미에 거의 매일 따끔한 가르침을 적는다. 아빠 함상규씨(39)도 가끔 가르침을 적어놓지만 엄마보다 훨씬 부드러운 타이름이다. 『종민이 일기를 통해 종민이도 나름대로 생각하며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내가 무심히 한 말도 아이는 그냥 흘려듣지 않더군요』(엄마 정씨)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종민이 일기에서 봅니다. 어른들이 「나는 이랬으니 너도 이래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아빠 함씨) 종민이의 일기중 2학년때 쓴 일년치를 엮은 「종민이는 날마다 혼난다」가 최근 부키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휘력과 표현력의 한계 때문에 매우 힘든 일. 그러나 종민이는 아파트단지내 엄마들이 운영한 「책읽고 느낀점 쓰기」모임에서 취학전에 자기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엄마 정씨는 설명했다. 종민이의 일기에서 그는 곧잘 혼나고 반성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일기쓰기를 통해 문장력 향상은 물론이고 생활지도까지 받는 셈이다. 종민이 부모는 종민이와 여동생 지민(5)에게 가끔 매를 든다. 아빠 함씨는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효과적인 체벌이 돼야 하지만요』라며 웃는다. 그러나 절제된 체벌은 역시 어렵다. 엄마는 어느날의 일기 말미에서 반성한다. 「너무 무식하고 무자비하게 혼낸 것이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종민이의 일기쓰기를 통해 아이만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도 반성합니다. 낮동안에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할 때가 있는데 종민이의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나의 잘못을 깨달을 때가 많아요』 엄마 정씨는 아이에게 주는 가르침도 글을 통해 한번 걸러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종민이 가족이 꼭 지켜야하는 원칙이 있다. 저녁때 TV 안보고 가족끼리 대화하기. TV를 꼭 봐야 하는 직업을 가진 방송위원회 홍보부장인 아빠와 부천 YMCA방송모니터회 회장인 엄마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녹화했다가 시청한다. 함씨는 『아이는 일기쓰기를 통해, 어른들은 말미에 가르침을 적어넣으며 서로 대화한다』며 『종민이가 프라이버시를 내세우며 일기를 못보게 할 때까지 일기쓰기교육을 통한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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