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터무니없는 「3+1」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4자회담에 앞서 「3+1」 회담을 열자는 북한의 제안은 한마디로 부당하다. 쌀을 우선 지원해달라는 조건으로 4자회담을 미루던 북한이 또 다른 구실을 대며 회담의 틀을 바꾸자고 요구한 것은 결국 4자회담을 안하거나 지연시키자는 의도다. 4자회담 제안 초기부터 북한이 남북한 관계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경제적 지원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만 초점을 맞출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과 미국이 먼저 참여하고 중국이 후에 합류하는 「3+1」형식을 제안하면서 북한의 법적 정치적 지위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중 3국은 서로 국교를 맺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과 국교가 없기 때문에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3자회담에서 외교관계 등 북―미 쌍무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한국은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북―미간 관계개선문제는 4자회담을 위한 접촉과 별도로 실무선에서 계속 논의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북한의 제안은 비합리적이다. 북한은 정치 경제적 실리를 먼저 취한 다음 평화협상에 응하겠다는 속셈이다. 회담에 앞서 쌀을 요구한 것은 당장 시급한 식량난을 해결하자는 것이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국제적 지위를 높여 미국은 물론 각국의 투자와 정부차원의 쌀 지원을 받자는 것이다. 또 미국과 관계가 개선돼야 미국의 경제제재와 테러국가 리스트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수정제안에 한국과 미국이 즉각 거부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3+1」을 제안한 북한이 다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조건을 추가하거나 변형된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제네바회담 등에서 북한은 수시로 다른 제안을 내놓으며 실리를 얻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식량지원은 한국에 직접 요청하면서 평화협상에서는 한국을 배제하려는 태도는 어느 누구에게도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또 미국과의 확고한 공조체제로 「북―미 관계개선과 남북대화의 연계」 원칙이나 「4자회담과 쌀지원은 별도」라는 한미간의 다짐을 끝까지 지키도록 해야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원칙적으로나마 4자회담에 동의하게 한 것도 이같은 일관된 협상자세에 힘입은 바 크다. 만일 한미간에 어떤 틈새가 보인다면 4자회담의 전망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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