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쓸만한 「포인트가드」 너무 적다

  • 입력 1997년 4월 2일 19시 52분


쓸만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경기의 흐름을 꿰뚫는 예리한 눈을 바탕으로 팀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귀중한 한방을 엮어내는 것이 코트의 안방살림을 맡아하는 포인트가드의 역할. 미국프로농구(NBA)에는 팀마다 이같은 몫을 감당하는 포인트가드가 있다. 「어시스트의 귀재」 존 스탁턴(유타 재즈)이나 앤퍼니 하더웨이(올랜도 매직) 등이 대표적인 예. 그러나 한국프로농구에서는 마땅한 포인트가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규리그 어시스트1위를 차지한 부산 기아엔터프라이즈의 강동희나 2위 제럴드 워커(안양 SBS스타즈)가 포인트가드로 불릴 정도다. 대구 동양오리온스의 토니 매디슨이나 원주 나래블루버드의 칼레이 해리스, 인천 대우제우스의 마이클 엘리어트 등은 모두 경기를 이끌어가기 보다는 자신의 득점에 치중하는 공격형가드로 분류된다. 포인트가드의 부재는 곧바로 팀전력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정교한 패스와 조직력에 근거해 골밑을 공략, 쉽게 득점하기보다 확률이 낮은 외곽슛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일 한국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첫경기로 치러진 동양오리온스와 광주 나산플라망스의 경기는 게임메이커 부재에 따른 위기관리능력의 미비를 보여준 좋은 예였다. 밀고 밀리는 접전이 계속되던 마지막 4쿼터에서 양팀은 무리한 외곽슛을 남발하고 특정선수에 볼을 집중투입,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단기전으로 결판이 나는 플레이오프는 기본적으로 각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아 근소한 점수차로 승부가 갈리기가 십상이다. 농구인들은 『프로원년 왕중왕의 영예는 어느 팀이 우수한 게임리더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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