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두번째「자선 사진전」 英 린다 그로브

  • 입력 1997년 3월 29일 09시 02분


[이인철 기자] 영국인 린다 그로브(49·여)는 오는 4월9일 서울연지동 연건빌딩 코닥포토살롱에서 가질 사진전을 앞두고 후원자를 구하느라 눈코 뜰새 없다. 30년 경력의 아마추어 작가인 그의 사진전은 결코 자신의 기량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가난하고 불우한 한국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선사진전」이다. 그는 지난 92년 쉘 퍼시픽 엔터프라이즈 한국지사 부사장으로 부임한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영국부인회 등 주한외국인 사회에서 활동하는 바쁜 틈을 이용,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갓쓴 선비, 상투트는 노인, 화롯가의 아동들, 엿장수 등 사라져가는 전통풍물을 찾아 지리산 청학동에서부터 제주 우도, 안동 하회마을, 설악산 오대산까지 안가본 곳이 거의 없다. 그는 보통 한국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모아 지난 93년 「서울의 이미지」 사진전을 가졌다. 이때 사진집을 팔아 마련한 2천1백만원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쾌척했다. 이번 전시회도 사진동호인 한영경(36) 남궁옥순씨(35)와 공동으로 사진작품집 2천권을 제작, 수익금 4천여만원을 서울 번동 지체장애자 자활교육기관 「코이노니아」에 기증할 계획이다. 이곳은 그가 1주일에 한번씩 지체장애자들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며 자원봉사활동을 한 곳.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 그는 「마당발」이다. 외국기업이나 단체 등 1백여곳에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 장애자에 대한 후원을 요청했다. 그의 이런 청을 거절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한국기업에도 협조를 부탁했지만 책임자에게 뜻이 전달됐는지 확인조차 안될 만큼 인식이 낮은 편이다. 『몇사람이 거금을 내놓는 것보다 단돈 1천원이라도 흔쾌히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으로 불우이웃을 도울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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