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연극배우 이원승씨

  • 입력 1997년 3월 29일 09시 02분


[고미석 기자] 10년간 개그맨 생활을 하다 연극계에 뛰어든 배우 이원승씨(38·하늘땅극단 소극장 대표). 그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자녀교육 비법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장갑 인형을 가지고 수빈(효제초등교 2) 수영(6)남매와 역할 놀이를 하는 것. 그는 이를 「연극놀이」라고 이름붙였다. 『인형이라는 채널을 통하면 아버지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수평적 관계에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닦으라거나 숙제를 하라고 말로 다그치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형의 입을 빌려 들려주는 것이죠. 아이들이 동화를 읽은 뒤에 책 속의 한 장면을 연극처럼 풀어서 꾸며봐도 재미있어합니다』 일방 통행 잔소리가 아니라 아이들 소리도 존중해주는 양방향 통신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는 『야단도 쳐보고 매도 들어봤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며 『아이에게는 강요보다는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환상에 쉽게 빠지고 금세 깨어나는 특징이 있어 언제든지 연극놀이를 즐긴다. 생활만이 아니라 학습에도 응용할 수 있다. 구구단을 외울 때도 인형을 매개로 하면 재미있는 게임처럼 쉽게 익힌다. 『아빠들도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것 말고 무엇을 자녀에게 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합니다. 함께 놀아주고 대화채널을 열어 놓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래서 연기하랴 극장 운영하랴 바쁜 틈에도 아이들 잠자리 머리 맡에서 눈맞추고 뽀뽀해주는 일이 중요한 일과다.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수시로 들려준다. 『아이들에게는 수도 없는 반복이 교육의 요체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잘못도 단번에 고치려하기보다 끊임없이 일깨워줘야 합니다』 21세기의 주인공인 아이들 앞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에 적응하는 자립심과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은 부모의 몫. 그는 지식보다 인내심 창의력 좋은 성품이 소중한 가치라고 믿는다. 지난해 9월 소극장 건물에 개관한 하늘땅 어린이집의 원장을 맡고 있는 부인 한갑비씨(33)도 동감이다. 받아쓰기나 수학시험 만점보다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 그 덕인지 한 살 일찍 학교에 들어간 수빈이는 반에서 인기가 높아 반장에 뽑혔다. 땅거미가 지고 어둑해질 때까지 집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어린시절. 바로 그 때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게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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