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기념일」『날짓기 인플레』=신세대 장난기+상혼

입력 1997-03-22 08:12수정 2009-09-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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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기자]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칭찬하는 날 부부의 날…. 특정일에 이름을 붙여 기념일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신세대 기업 사회단체 등이 각각 독특한 기념일을 만들고 있다. 기념일 인플레시대가 온 것이다. 신세대들 사이에선 80년대 중반 일본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밸런타인데이(2월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가 「초콜릿 주는 날」로 자리잡으면서 아류 기념일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블랙데이(4월14일)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때 초콜릿이나 사탕을 받지못한 남녀가 함께 자장면을 먹는 날. 옐로데이(5월14일)는 자장면 먹을 친구도 못구한 이가 혼자서 커리라이스를 먹는 날. 이 두 날은 젊은이들의 장난기가 만들었다. 지난해엔 한 선물체인점이 매달 14일에 이름을 붙여 청소년들에게 퍼뜨렸다.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다이어리데이(1월14일)로 시작해 로즈데이(5월14일) 실버데이(7월14일) 와인데이(10월14일) 등을 거쳐 12월 14일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펑펑 쓰는 머니데이로 끝난다. 수원대 이주향교수(철학)는 『젊은이들은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수단이 적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상혼이 침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사랑하면 돈을 써야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대만이 날짓기나 새로운 기념일에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의 날짓기는 사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건설은 지난달부터 매달 15일을 「칭찬하는 날」로 정했다. 월급날인 21일을 6일 앞두고 빈 주머니 때문에 처진 사원들의 어깨를 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빙그레는 매달 넷째 토요일을 「관행 파괴의 날」로 정해 사원들이 2인이상 함께 활동하고 사후보고서만 낸다면 사무실로 출근을 하든, 회사밖에서 무엇을 하든 멋대로 하게 하고 있다. 사회단체는 사회운동 차원에서 기념일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의 날(5월1일), TV 안보는 날(매달 7일) 등은 최근 만들어진 기념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는 지난해부터 5월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빨간 장미를, 아내는 남편에게 분홍 장미를 선물하며 부부애를 되새기는 날이다. 매달 21일은 「작은 부부의 날」로 정해 부부간 선물이나 편지를 전한다. 문화비평가 손동수씨는 『청소년들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학교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선물체인점이나 과자회사의 상혼에 넘어가 기념일에 몰두하게 된다. 기업은 사원들의 업무생활에 변화를 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념일을 만든다. 날짓기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현대인의 욕구와 맞물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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