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2)

  • 입력 1997년 3월 21일 08시 14분


제7화 사랑의 신비〈18〉 노인이 하는 말을 듣고 있던 파리자드는 외쳤다. 『오, 성자님, 당신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저는 정말 기운이 빠지는군요. 그렇지만 오빠들을 구하는데 어떻게 제가 주저할 수 있겠어요. 비록 제가 오빠들처럼 돌로 변해버린다 할지라도 말이에요. 오, 성자님, 오빠들을 사악한 마법에서 풀려나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제서야 노인은 그 붉은 구슬을 꺼내주며 말했다. 『오, 아름다운 왕녀 파리자드여! 이것이 오빠들이 있는 곳까지 인도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 그 세가지 진귀한 보물을 손에 넣은 다음에야 오빠들을 구해낼 수 있다』 여기서 노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그는 계속했다. 『사실 그 세가지 보물을 얻으려고 마음 먹으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러나 그대는 사랑하는 오빠들을 구하려고 할 뿐 불가능한 것을 얻겠다는 헛된 야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그 불가능한 것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은 신비로운 것이니까 말이다. 내 딸아, 잘 들어라! 사람들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것이 부르는 소리를 거스를 수가 없단다. 보이지 않는 것을 정복하려면 미리 궁리를 해야 한단다』 이렇게 말하고 난 노인은 품 속에서 한다발의 털실을 꺼내면서 말했다. 『그래, 궁리를 해야지. 이 가벼운 털실 한 다발로써 그대는 능히 그 보이지 않는 적 전부와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 노인은 털실을 둘로 나누어 그것으로 파리자드의 양쪽 귀를 틀어막아주었다. 그리고는 손짓을 하여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파리자드는 노인과 헤어져 그 음산한 죽음의 산기슭을 향하여 출발했다. 노인의 붉은 구슬이 검은 현무암 하나에 부딪혀 굴러가기를 멈추자 파리자드는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검은 현무암들이 내지르는 어마어마한 소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리자드의 귀에는 다만 약간의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따라서 공주는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산은 올라갈수록 험준했다. 공주는 연약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오빠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무사히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산꼭대기에 이르자 고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고원 한가운데 황금으로 만든 받침대 위에 황금의 새장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새장 안에 있던 말하는 새가 파리자드를 보자 푸득푸득 날갯짓을 했다. 파리자드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대에게 평안이 있기를, 오, 불불 엘 하자르여! 노래하는 나무는 어디에 있느냐? 황금빛 물은 어디에 있느냐?』 그러자 새는 무어라 지저귀면서 계속해서 날갯짓을 했다. 그러나 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파리자드는 그때까지도 노인이 준 털실을 양쪽 귀에다 꽂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파리자드는 새를 들여다보며 다시 말했다. 『오, 이 귀여운 새야! 이제 너는 내 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단다. 네가 정녕 말하는 새라면 말을 해보렴』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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