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홀리데이…」 엇갈린 만남소재-감각적 영상미

  • 입력 1997년 3월 20일 08시 59분


[박원재 기자] 호텔벨보이(김민종) 다리모델(진희경) 전화교환수(최진실) 택시기사(장동건). 22일 개봉되는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김의석 감독)의 캐스팅은 화려하다. 제각기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해 온 스타급 배우 4명을 배역 특성에 맞춰 골고루 끌어 모았다. 이들의 직업은 도시의 익명성을 상징한다. 그 언저리에는 현대인의 고독과 젊은 영혼의 방황 절망 아픔 따위가 묻어 있다. 다리모델과 전화교환수는 얼굴이 필요없는 존재. 호텔벨보이와 택시기사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손님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극중 배역은 그래서 이름이 없다. 내레이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나」 또는 「당신」 「그」 「그녀」로 불릴 따름이다. 영화는 호텔벨보이와 다리모델, 택시기사와 전화교환수를 커플로 삼아 만남 이별 재회의 스토리를 감각적 영상으로 펼쳐간다. 이들을 연결짓는 매개체는 러브호텔 「홀리데이 인 서울」. 벨보이는 단골고객인 다리모델을 안내하면서 애정을 느끼고 호텔의 전화교환수는 퇴근길 호텔앞에 대기중인 택시를 타고 충동적인 정사를 벌인다. 두가지 빛깔의 사랑중 돋보이는 부분은 단연 벨보이와 다리모델 사이에 전개되는 가슴앓이. 색채감과 파격성을 살린 화면에 김민종 진희경의 깔끔한 표정연기가 가세해 앞 흐름을 경쾌하게 이끌었다. 그러나 전화교환수와 택시기사의 사연을 다룬 후반부는 다소 주춤거리는 인상. 분량은 10분 가량 더 많지만 최진실 특유의 비음섞인 울부짖음이 지나치게 자주 나와 동료 주연들이 얻어낸 점수를 깎아먹는다.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흡사한 분위기가 읽혀지는 것도 「홀리데이…」의 특징. 이야기 전개를 등장인물의 독백에 의존한 것이라든지 시시각각 뒤바뀌는 카메라 앵글 등 적지 않은 대목에서 「차용」의 흔적이 엿보인다. 김감독은 「결혼 이야기」 「그여자 그남자」로 90년대초 로맨틱 코미디 열풍을 몰고 온 흥행감독. 그는 『왕감독 작품의 정서에 공감을 느낀건 사실』이라며 『우리 주변의 친숙한 소재로 새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 「왕가위류(類)」 영상물에 열광하는 젊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설명했다. 시사회에서는 『촬영 음향 드라마구조 등 여러 면에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의견이 다수. 그러나 일각에서 『외국영화의 아류작 인상을 준 점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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