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요르단]『교육열 한국 못지않아요』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26분


요르단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넓이가 비슷한데다 국토의 대부분이 메마른 산악지대로 돼 있어 경작지가 부족하고 부존자원도 넉넉하지 못하다.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인근 강대국의 침략에 시달려 왔고 지금도 주변의 이스라엘 이라크 시리아 등 강하고 덩치 큰 나라들 사이에서 국가안보를 염려해야 하는 모습 또한 우리와 비슷하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열기도 우리처럼 대단하다. 학교시험 때면 부모들은 만사 제쳐놓고 자녀들 시험공부 뒷바라지에 전념한다. 특히 요르단 인구의 70% 이상 되는 팔레스타인계는 과거 우리 부모들이 논밭 팔아 서울유학 보냈던 것 이상으로 자녀교육에 열성이다. 다만 이들의 자녀교육 투자는 실용적인 교육관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요르단 부모들은 자녀에게 반에서 일등하고 좋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장차 커서 부모의 도움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자립능력을 갖추고 이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오랜 세월 조국을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생활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 자녀들을 위한 길임을 터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을 벗어나면 마치 20∼30년전 우리의 모습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이 든다. 생활모습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이 더욱 그렇다. 외국 사람이 탄 차가 지나가면 우르르몰려드는동네 개구쟁이들,양떼몰이를 멈추고 정답게 손을 흔드는 목동들.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광경을 목격하면서 우리네 옛 삶을 떠올려 본다. 지난 몇십년간 우리가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발전이 가능했을까. 우리의 70년대와 사정이 비슷한 요르단이 앞으로 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그때도 우리가 그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 있을까 생각해본다. 오성근(암만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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