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래기자] 「컴퓨터가 미워요」.
30대에게 컴퓨터는 스트레스 그 자체다. 그동안 컴퓨터 공부를 슬금슬금 피해왔어도 회사일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컴퓨터도 모르면서 어떻게 일하느냐며 「컴맹」이라는 낙인이 찍히곤 한다. 동료들 사이에 점점 「찬밥신세」가 돼가는 느낌이다.
40,50대라면 컴퓨터를 끝까지 배우지 않고 버틸 수도 있겠지만 30대가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게다가 새로 입사하는 팔팔한 20대 후배들의 컴퓨터 실력은 엄청나다. 컴맹이라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후배에게 쫓기고 상사에게 구박받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컴퓨터를 못다루면 승진은 꿈도 꾸지 말라」는 회사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386세대」, 즉 현재 30대로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60년대에 태어난 이 세대는 한 마디로 「최후의 컴맹세대」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를 보고 만져온 20대와는 달리 컴퓨터는 인생에 갑자기 찾아든 낯선 손님이다. 회사에서 안정될 만 하니까 컴퓨터란게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놓은 것만 같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나이에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마음 졸이는 버릇을 갖게된 30대도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모빌오피스 인트라넷 전자결재 등 날마다 등장하는 신조어에 새로운 업무방식. 그 모든게 첨단의 혜택이기보다는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후퇴는 없는 법. 까짓것 컴퓨터가 뭐 대수로운거라고….
제일산업 P과장(35)은 올해 초 컴맹 탈출을 선언했다. 눈 딱 감고 노트북PC를 구입한 뒤 틈나는 대로 PC를 만졌다. 그러나 너무 어려웠다. 대다수가 그렇듯 불규칙한 업무 탓에 컴퓨터 학원을 꼬박꼬박 다닐 수도 없다. 결국 창피를 무릅쓰고 컴도사로 소문난 ROTC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P과장은 퇴근후 후배를 만나 개인 지도를 성실히 받은 덕에 불과 한달만에 컴퓨터 활용은 물론 인터넷 정보검색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
세상에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꺼리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간절히 열망한다.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우선 자기 소유의 컴퓨터를 장만해야 한다. 회사에서 만지는 컴퓨터로는 실력도 늘지 않고 재미도 없게 마련.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PC게임이나 노래방같은 것으로 즐기며 컴퓨터를 배우는게 무난하다.
컴도사들은 타자와 PC통신부터 배우는게 좋다고 귀띔한다. 타자가 빠른 만큼 컴퓨터 실력도 빨리 는다.
PC통신을 배우면 컴맹을 위한 동호회에 가입할 수도 있고 생활 문화 증권 등 다양한 정보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가능하다면 주위에 컴도사로 소문난 사람을 붙잡아라. 가려운 곳을 속시원하게 긁어주는 컴도사는 실력 향상의 지름길. 컴도사 친구가 없다면 차선책으로 PC업체나 컴퓨터잡지 등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전화나 PC통신 상담실을 이용하면 된다.
「컴퓨터, 미워도 다시 한번」. 올 한해의 구호로 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