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한국 국제棋戰「싹쓸이」『파란 불』

  • 입력 1997년 2월 15일 20시 19분


[최수묵 기자] 97년 세계바둑은 한국의 「잔치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개 대회를 제외하고 모든 국제대회를 석권했던 한국 바둑은 연초부터 무서운 기세로 다시 일본과 중국을 제압하며 요지부동의 세계정상을 지키고 있다. 한국이 이제 「세계 바둑의 종주국」으로 뿌리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정상을 지켜낸 첫번째 수문장은 서봉수(徐奉洙)9단. 그는 진로배 세계바둑대회에서 8연속 승리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며 힘과 끈기를 중심으로 한 한국바둑의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9단은 중국의 정상급 曹大元(조대원)9단과 신예 常昊(상호)7단을 일축한데 이어 일본의 「희망」이던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을 「뒤집기」로 무너뜨려 劉昌赫(유창혁)9단의 패배를 설욕했다. 오는 23일 중국의 馬曉春(마효춘)9단마저 꺾는다면 일본과 중국의 바둑은 졸지에 서봉수 「일인지하(一人之下)」에 놓이게 된다. 제8회 동양증권배에서 李昌鎬(이창호)국수와 曺薰鉉(조훈현)9단은 가볍게 4강에 선착하면서 또한차례 국제대회 우승을 낚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더구나 신예 金榮桓(김영환)4단이 일본내 2관왕인 柳時熏(유시훈)7단을 간발의 차로 눌러 기세를 올리고 있다. 김4단은 2차전에서 중국의 중견 劉小光(유소광)9단을 제쳤다. 그의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입증한 것이다. 동양증권배의 향배는 이국수와 조훈현9단의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이국수는 준결승 상대인 일본의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과 네차례 겨뤄 모두 이겼고 조훈현9단은 김4단과의 역대전적에서 7승1패로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LG배 세계기왕전도 역시 한국의 잔치판이다. 결승전에 이창호 유창혁9단이 나란히 진출해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이 참패를 면치 못하면서 대회일정이 뒤바뀌는 소동도 빚어지고 있다. 진로배 바둑대회는 파죽의 8연승을 거둔 서9단 때문에 대회일정을 줄여야 할 형편이다. 동양증권배는 당초 중국기사가 준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해 대회장소를 중국 북경으로 정했으나 모두 탈락하는 바람에 서울로 장소를 바꿨다. 앞으로 남은 국제기전은 TV아시아바둑대회와 후지쓰배 삼성화재배 등 3개. 바둑관계자들은 『현재 같은 기세라면 바둑사상 처음으로 모든 국제대회를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바둑계는 한국바둑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이유를 『3박자를 갖추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창호 유창혁9단이 기복없이 탄탄한 행마를 보이고 있고 △40대의 조훈현 서봉수9단이 전성기 못지 않은 투혼으로 바둑계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있으며 △최명훈 김영환 등 신예기사들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기성기사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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