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만드는 정성 「빵 아줌마」 나선정씨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7분


[曺炳來 기자] 『아줌마, 빵 좀 더 주세요』 김슬범군(8·서초초등교1)이 맛있게 먹어치운 빵 접시를 또 내민다. 양지웅군(8)과 이웃집 꼬마 정재경양(5)도 『나도요』라며 입맛을 다신다. 지웅이 엄마 나선정씨(35·서울 서초동 삼호아파트)는 아파트 어린이들에게 「빵아줌마」로 소문났다. 심심찮게 찾아오는 아이친구들에게 자주 빵을 구워 대접해 얻은 「명성」이다. 나씨는 지웅이가 네살 때부터 집에서 간식으로 빵을 구웠다. 『제과점에서 빵을 사다 먹여도 되겠지만 아이에게 제 손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친구에게 빵만드는 법을 배웠다. 지웅이도 밀가루를 함께 반죽하는 일을 재미있어했다. 지웅이 친구들을 통해 나씨가 구운 빵의 맛이 좋다고 소문나자 이웃집 어머니들은 어린이날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행사때 나씨에게 빵을 구워 오라고 했다. 나씨는 행사때뿐만 아니라 이웃집 어린이의 생일에도 빵을 구워 선물했고 지웅이가 친구집에 놀러갈 때에도 빵을 들려보냈다. 『엄마가 구워준 빵을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서 지웅이는 무엇이든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갖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듯해요. 돈을 주고 샀더라면 지웅이도 욕심을 냈을 겁니다』 나씨가 구워낼 수 있는 빵의 종류는 20여가지. 과자도 만든다. 가장 자신있게 만들어내는 빵은 당근케이크다. 다진 당근, 바닐라가루와 계핏가루로 맛을 내는 이 케이크는 그다지 달지 않지만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나씨는 빵을 구울줄 아는 친구나 배우고 싶어하는 이웃 주부가 있으면 서로 빵만드는 법을 배우고 가르친다. 나씨는 간단히 설명만 듣고도 실패없이 빵을 구워낼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나씨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8세 3세인 자녀들이 좀더 자라 시간 여유가 나면 학원에서 정식으로 제빵기술을 배우리라. 배워서 제과점 등 부업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이든 정식으로 익혀두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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