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훈기자] 비싼 돈을 주고 산 물건이 불량품이라면…. 깊이 생각할 필요없이 교환을 요구하는 것이 상례. 그렇다면 억대 계약금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성한 곳이라고는 한곳도 없는 부상선수라면….
아무리 고민해도 교환은 힘들고 환불은 더욱더 생각할 수도 없는 일. 이름하여 「먹튀공포증」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겉은 멀쩡한데 뚜껑을 열어보니 쓸모가 없는 신인들, 억대 계약금만 챙기고 부상으로 몸져 누워버리는 신인들을 일컫는 「먹튀」. 「돈만 먹고 튄다」라는 속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올해 「먹튀 공포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구단은 한화. 신인 2차지명 1순위 백재호(몸값 3억2천만원)의 어깨부상이 심한 것으로 밝혀져 애를 태우고 있다.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인 그는 팀의 시드니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지만 어깨부상으로 방망이만 간신히 잡고 있는 상태.
삼성은 2억7천만원짜리 변대수가 플로리다 전지훈련중 허리통증을 호소, 급히 되돌아 왔다. 구단은 어느 정도 치료를 받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일.
또 해태는 왼팔투수 오철민(2억6천만원)의 왼쪽 무릎이 안좋은 것으로 나타나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투수 이정길(4억2천만원) 때문에 애간장을 태웠던 LG는 올해 입단 직후 발목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투수 장문석(3억2천만원)이 다행히 완쾌단계에 있어 한숨돌렸다.
한편 롯데 OB 현대는 올해 계약전에 부상이 잦은 허리와 어깨 등 주요부위에 대한 MRI촬영 등 완벽한 신체검사를 거친 뒤 최종계약을 맺어 「먹튀 공포증」을 던 셈.
특히 그동안 투수 김경환(93년 1차지명·1억2백만원), 김영복(1억9천만원), 이재석(9천2백만원·이상 96년)의 부상으로 쓰라린 경험을 한 롯데는 「먹튀율 0%」를 목표로 가장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