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83〉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셋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형이 문을 두드리자 주인이 소리쳤습니다.
「누구요?」
그러나 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다시 소리쳤습니다.
「누구냐니까요!」
그런데도 형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인은 부아가 치밀어오른 소리로 다시 소리쳤고, 형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주인이 문간으로 나오는 발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문이 열렸습니다. 주인은 문밖에 서있는 형을 보자 더욱 부아가 치밀어올라 말했습니다.
「무슨 일로 왔소?」
그제서야 형은 말했습니다.
「전능하신 알라를 위해 뭘 좀 적선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주인은 물었습니다.
「당신은 소경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손을 내미시오」
이 말에 형은, 주인이 무엇인가를 주려나보다 하고 생각하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형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더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에 이끌려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형은, 아마도 주인이 먹을 것이 아니면 돈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주인은 형을 데리고 그집 지붕에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때서야 주인은 말했습니다.
「이봐, 소경! 무슨 일로 왔지?」
「전능하신 신 알라를 위하여 무엇인가를 베풀어주십사고 왔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말했습니다.
「다른 집에나 가보도록 해!」
이 말에 형은 기가 막히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아니, 여보시오. 그렇다면 왜 진작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아래층에 있을 때 말이오」
그러자 주인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습니다.
「이봐, 거지, 그렇다면 내가 처음에 누구냐고 물었을 때 너는 왜 진작 대답하지 않았어?」
「당신은 대체 저를 어쩌시려는 겁니까?」
「어쩌긴 어째? 아무것도 줄 것이 없으니 그냥 돌려보내는 거지」
「그렇다면 아래까지 데려다 주십시오」
「싫어. 네 멋대로 가!」
이렇게 되니 형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더듬거리며 혼자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형은 계단에 굴러떨어져 호되게 머리를 찧기도 하였습니다.
이윽고 집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있던 중 형은 친구 소경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조금 전에 동냥을 하러 들어갔다가 말할 수 없는 괄시를 받았던 터라 형은 몹시 반가웠습니다.
「오늘 벌이는 어땠어?」
형 친구 중 하나가 형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형에게 그토록 수모를 줬던 그 고약한 집 주인은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던지 그때까지 형의 뒤를 밟아 형과 형친구가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있었답니다』
<글: 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