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재윤 前통산장관『코렉스 도입 보고못받아』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허승호 기자] 朴在潤(박재윤)전 통상산업부 장관은 5일 『95년6월 당진제철소 1단계 준공식에 주무장관으로 참석한 이후 鄭泰守(정태수)총회장측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메모를 몇차례 받았다』며 『그러나 접촉자체를 피했다』고 말했다. 박전장관은 또 『작년 한보가 러시아 가스전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 鄭譜根(정보근)회장을 통산부 장관실로 불러 만났다』며 『가스전 사업을 불허한다는 장관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유학중인 딸과 사위를 만나러 미국으로 출국한 박전장관은 4일 오후9시 귀국, 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5일 서울 청운동 자택에서 보도진을 만났다. ―왜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서 묵었나. 『너무 피곤했다. 집으로 가면 기자들이 몰려와 있을 것 같아 피하기 위해서였다. 입장정리를 위한 시간도 필요했다. 당초 5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되도록 일찍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뉴욕에서의 용무를 서둘러 끝내고 하루 일찍 귀국했다』 ―코렉스공법 도입을 허용한 이유는…. 『기술도입신고는 과장의 전결사항으로 당시 보고받지 못했다. 코렉스공법이 문제가 됐다는 것은 이번 사건보도를 통해 알았다. 통산부엔 하루에 기술도입신고수리가 수십건씩 일어난다. 코렉스 건도 과장선에서 적절하게 검토해서 이뤄졌다』 ―통산부는 현대의 제철산업진입 불허때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는 민관이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보의 투자는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투자라고 생각했나. 『정부는 기업이 특정산업에 신규진입할 때 주로 신경을 쓴다. 한보는 89년에 신규진입을 했고 2공장을 짓는 것은 시설확장이었다. 솔직히 신규진입때처럼 신경을 쓰지는 못했다』 ―현대의 제철사업불허와 한보의 코렉스 도입을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신규진입과 시설확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실무진들도 코렉스공법이 국민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기술 하나하나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 않나』 ―한보의 경영상황과 관련, 작년하반기부터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럼에도 적절한 정책대응이 없었다. 정말 몰랐는가. 『정부가 개별 기업의 상황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사전대응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만큼 힘이 못미친다. 아쉬운 대목이다』 ―당진공장 준공식때 대통령에게 행사참여를 권유한 일이 있는가. 『없다』 ―정태수회장을 만난 것은…. 『당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서가 처음이다. 그후 전화가 몇번 왔고 작년 러시아 가스전사업 논란때도 전화가 왔지만 무시했다. 양측 실무자가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되지 개별사안마다 장관과 재벌회장이 만나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검찰에서 출두요구가 있었나. 『없었다』 ―대통령의 차남인 金賢哲(김현철)씨와 가깝다는데…. 『서로 알고야 있지만 가깝다고 표현하기는 어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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