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91)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81〉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둘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턱수염까지 밀어버리라고 하는 여자의 명령을 전하자 형은 난색을 지었고, 그러자 노파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그 여자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고 싶어하는 건 말요, 그건 당신을 수염 하나 없는 도련님으로 꾸미고 싶어하는 거랍니다. 당신 수염 때문에 그 분의 보드라운 볼이 긁히거나 따끔따끔 찔리는 것이 싫어서 당신한테는 털 하나 남겨두지 않으려는 겁니다」 이 말에 형은 후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얼굴이 긁히는 것이 싫어서 수염을 밀라고 한다면 그까짓 수염쯤 밀지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 형은 시녀들을 향해 자신의 수염을 밀어버리라고 했습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다시 여자에게로 끌려간 형의 꼴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눈썹은 빨갛게 물들고, 수염 하나 없는 빤질빤질한 얼굴의 양쪽 볼에는 붉은 연지가 찍혀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형의 모습을 본 여자는 뒤로 발랑 나자빠질만큼 웃어댔습니다. 「어머, 낭군님. 정말이지 당신은 너무나 너그러운 분이로군요. 저는 당신한테 홀딱 반하고 말았답니다」 이렇게 말한 여자는 제발 부탁이니 함께 춤을 추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형은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던지 여자는 온 집안에 있는 베개란 베개는 모조리 형의 머리를 향해 던지며 형을 농락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여자들도 귤이며 레몬, 시트론 따위를 닥치는 대로 던졌습니다. 이렇게 되자 형은 아까 얻어맞았던 목덜미가 너무 아픈데다가 베개며 과일들의 팔매를 견디다 못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노파가 달려와 형에게 말하였습니다. 「이제 드디어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졌소」 그러자 형이 볼멘소리로 말했답니다. 「소원이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얻어맞지 않는 것이랍니다」 그러자 노파는 달래듯이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당신은 잘 참아주었어요. 이젠 더 이상 얻어맞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아주 쉬운 것이 남아 있을 뿐이랍니다」 「그게 뭐요?」 「저 여자는 말이오, 술에 취하면 옷이란 옷은 스스로 홀랑 벗어던져 버리고 알몸이 되는 버릇이 있는데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몸을 내맡기지 않는답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제 저 여자가 술에 취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답니다. 그리고 저 여자는 이제 당신의 옷을 벗겨 가지고 뛰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 여자 자신도 당신 앞에서 뛸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도 이리저리 여자의 뒤를 쫓으세요. 그러는 동안 당신의 연장이 힘차게 솟구쳐오르게 되면 저 여자는 당신 마음대로 될 거요」 이 말을 들은 형은 너무나 좋아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훌렁훌렁 옷을 벗어 알몸이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여자는 흥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낭군님, 제가 탐이 나시면 저를 붙잡아 보세요. 그리고 마음대로 하세요」 이렇게 말한 여자는 애교어린 미소를 보내고는 마구 뛰기 시작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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