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88)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78〉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둘째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오, 당신은 세상 모르는 젊은이로군요. 내 말만 잘 들으면 당신은 조만간 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 얌전히 굴되 쓸데없이 캐묻거나 공연한 수다를 떨지 않도록 하시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요」 노파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형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당신은 날 택했소? 그런 좋은 일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도 많을 텐데 말요. 내가 당신 마음에 든 까닭이 뭐죠?」 「수다 떨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잘 들어 봐요.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가려고 하는 댁 젊은 아씨로 말할 것 같으면 무엇이든 제 뜻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신단 말요. 남이 거스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이 말씀이야. 이러쿵 저러쿵 말대답을 하는 사람을 딱 질색으로 여긴단 말요. 그러니 당신이 비위만 잘 맞춘다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요」 듣고 있던 형은 더할 수 없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좋소. 어디 한번 해보기로 하지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처녀의 뜻을 거스르진 않겠소」 그렇게 하여 노파는 앞장을 서고 형은 노파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이윽고 노파는 아름답고 커다란 저택으로 형을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형은 노파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가슴이 설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형이 들어간 집은 현란하게 꾸민 으리으리한 대저택으로 내시와 하인들이 수없이 많아 유복한 살림을 짐작케 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당신, 무슨 일이오?」 노파가 형을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가자 집안 사람들이 형을 보고는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파가 나서서 형에게 말했습니다. 「쓸데없는 말 하면 안된다는 거 알지? 이 사람들한테 상관할 거 없어. 일꾼들이니까」 그리고 노파는 형을 깨끗하고 큼직한 별채로 데리고 갔는데 모든 것은 노파가 말한 그대로였습니다. 한가운데에는 세상에 보기드문 아름다운 화원이 꾸며져 있고, 화원 한 가운데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잘 익은 과일들을 가지가 휘어질만큼 주렁주렁 달고 있었고 온갖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형은 노파가 시키는 대로 화려한 장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앉아 있으려니까 이윽고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한 무리의 노예 소녀들이 보름달처럼 아름다운 처녀를 둘러싸고 들어왔습니다. 형은 그 아름다운 여자를 보자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하였습니다. 여자 또한 반가이 형을 맞아 자리에 앉혔습니다. 「당신의 건강을 알라께 빕니다」 여자가 말했습니다. 형은 황공하여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습니다. 「아씨, 저는 지극히 건강합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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