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8학군과 「맹모삼천지교」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과열과외 해소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평준화 정책이 채택된지 올해로 24년째다. 이 정책은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서울 강남지역의 8학군을 「교육특구(特區)」로 만들고 말았다. 강북지역의 과거 명문고교들이 대거 강남으로 이사하고 강남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러나 74년이래 맹위를 떨쳐온 이 8학군이 사실상 소멸되고 있다고 한다 ▼강남이외 지역 학부모들에겐 사뭇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학부모들에게 8학군은 위화감의 상징이었다. 8학군으로만 이사하면 자녀를 명문대에 넣을 수 있다는 맹신(盲信)이 지배해왔다. 그래서 학생만 이곳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위장전입도 많았다. 적발되면 전학취소는 물론 학부모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으름장도 별 소용이 없었다. 때문에 아버지의 전근 등 합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6개월이상 8학군내로의 전학을 기다리는 사례가 흔했다 ▼8학군에 학생이 넘쳐나자 86년부터는 거주기간이 짧은 학생은 아예 이웃학군에 배정하는 제도마저 생겼다. 93년의 경우 이사한지 43,44개월이 돼야 8학군에 배정될 정도였다. 다른 학군에 배정된 학생은 매년 2천∼3천명을 웃돌았다. 아파트가격까지 좌지우지하던 8학군내 학교가 이제 책상이 남아돌아 다른 학군에서 학생을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8학군을 시들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학교생활기록부 제도다. 대학입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신성적이 상대평가 위주여서 실력있는 학생이 많은 강남에선 불리한 까닭이다. 그러나 8학군이 물러서자 이번에는 수도권 신도시의 S, B고 등 비평준화 고교들이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부르고 있다. 맹자의 어머니도 자식교육을 위해 세번 이사를 했다지만 우리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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