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72〉
저는 계속해서 교주님께 이야기했습니다.
『저의 첫째 형은 애꾸눈이, 둘째는 중풍, 셋째는 장님, 넷째는 코와 귀가 없고 다섯째는 두 입술이 썰려 나갔으며 여섯째는 꼽추에다 앉은뱅이랍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제발 저를 함부로 지껄여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형들보다 훌륭한 인간이고, 그리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저의 그 불구 형들의 신세 이야기를 들려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제가 이렇게 말하자 교주님께서는 크게 기뻐하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라. 그대의 여섯 형제들이 어찌하여 저마다 불구가 되었는지 어디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그리하여 저는 여섯 형들에 대하여 교주님께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저의 맏형 수다쟁이 알 바크부크는 꼽추입니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재봉사가 되었습니다. 어떤 돈 많은 사람에게서 빌린 가게에 들앉아 언제나 바느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가게 이층에는 집주인이 살고 있었고 아래층에는 방앗간이 하나 있었지요.
어느날 이 꼽추 형은 평소처럼 가게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주인집 창가에 보름달 같이 아름다운 여자 하나가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형은 그 여자를 보자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온종일 그 여자만 바라보느라고 제대로 일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에도 형은 가게를 열고 바느질을 시작하기는 하였습니다만 한 땀을 꿰매고 창밖을 한 번 쳐다보고, 다시 한 땀을 꿰매고 창밖을 한번 쳐다보고 하느라고 통일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러고 있으려니까 이윽고 어제 그 여자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정신없이 사랑에 애태우는 형의 마음은 더해 갈 뿐이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도 형은 가게에 앉아 여자만 정신없이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여자도 형을 의식하게 되고, 형이 자기에게 반한 것을 알아채고는 방긋 웃어보였습니다. 그 미소를 받아 형도 빙긋 웃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는 창가에서 사라졌습니다.
얼마 후 여자는 하녀를 시켜 빨간 꽃무늬가 있는 비단 보퉁이를 형에게로 보내어 왔습니다. 하녀는 형에게 인사를 하고는 말했습니다.
「저희집 아씨께서 당신께 인사를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훌륭한 솜씨와 친절한 마음씨를 발휘하여 이 천으로 속곳 한벌을 지어 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을 들여서 예쁘게 지어 달라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형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예, 알았습니다」
그리고는 갖은 정성으로 여자의 속곳 한벌을 그날 안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어제 그 하녀가 또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아씨께서는 어젯밤 당신이 어떻게 지내셨는지 알고 싶어 하십니다. 아씨께서는 당신 일로 속이 답답하셔서 간밤에는 한숨도 주무시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한 하녀는 노란색 공단을 내어 놓으며 말했습니다.
「아씨께서는 이 천으로 속곳 두벌을 지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글: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