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70〉
그런데 어느 날 노상강도 열 명이 백주에 강도질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주님께서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하여 순례제날에 그 열 명의 강도를 끌어내라고 바그다드 시장에게 명령하였습니다. 교주의 명령을 받은 시장은 강도들을 붙잡아 조그마한 배에 태웠습니다. 저는 여러 사람들이 배에 오르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하! 결혼식 피로연이 있는가 보구나. 저 배를 타고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할 모양인데 나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은 술 친구가 될 텐데』
이렇게 생각한 저는 일어나 배 옆으로 갔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제 특유의 그 점잖은 거동으로 함께 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습니다.
강을 건너 맞은편 기슭에 이르자 일동은 배에서 내려 뭍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강 기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비병들과 호위병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도둑들의 목에 쇠사슬을 매었습니다. 저도 그들과 함께 목에 사슬이 채워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좀 억울하긴 했지만 아무말 하지 않고 그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습니다.
현세의 임금님이시여! 경비병들이 제 목에 사슬을 채우는 데도 제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은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그것은 결국 제가 얼마나 예의바르고 말이 적은 사람인가 하는 걸 나타내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우리는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신 알 무스탄실 비라 앞으로 끌려갔습니다. 교주님께서는 열 명의 강도들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셨고 망나니는 죄인들이 저마다 가죽 깔개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칼을 들고 나왔습니다. 저 역시 그들과 같이 깔개 위에 앉았습니다.
이윽고 망나니는 한사람씩 목을 베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차례로 열 사람의 목을 베었습니다만 그래도 한 사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교주님은 저를 굽어보다가 망나니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러느냐? 아직 아홉 사람의 목을 베었을 뿐인데』
그러자 망나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열 사람의 목을 베라고 하셨는데 제가 어찌 아홉 사람만 베었겠습니까』
그러자 교주는 교주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너는 아홉 사람의 목만 벤 것 같아. 네 앞에 남아있는 그 사내가 열번째 놈이 아니란 말인가?』
『그럴리가 없습니다. 저는 분명히 열 놈의 목을 베었습니다』
형리가 이렇게 말하자 교주는 명령했습니다.
『정히 그렇다면 어디 한번 세어보아라』
그래서 사람들이 베어진 머리를 세어보았답니다. 그랬더니 글쎄, 형리가 말한 대로 열 개의 머리가 베어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안 교주는 몹시 혼란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대체 뭔가?』
그제서야 저는 교주님께, 저는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과 본의아니게 이 자리에 끼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글: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