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70)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17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0〉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부친께서 당신 같은 사람과 친했다고? 알라시여, 제발 부친께는 자비를 내리시지 마소서」

이발사의 수다를 듣고 있던 나는 참을 수 없어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이발사는 웃음을 터뜨리고는 외쳤습니다.

「알라 이외에 신 없고, 모하메드는 신의 사도로다! 비록 형태는 변할지언정 본질은 변하는 법이 없는 신께 영광 있으라! 저는 당신이 분별력이 있는 분으로만 알았습니다만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여 망령을 부리는 걸 보니 아직 병환이 다 낫지 않은 것 같군요. 낙원은 노여움을 가라앉히고 사람을 용서하는 선인을 위하여 만들어진 곳이라고 코란에는 씌어 있습니다. 저는 굳이 당신을 책망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신이 몹시 허둥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당신의 선친께서나 조부님께서는 무슨 일을 하든 사전에 저와 의논을 하셨습니다. 조언자에게 상을 주라든지 충고에 나쁜 것은 없다는 속담들이 있는데 그것은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또 이런 격언도 있습니다. 자기보다 나이 든 조언자를 갖지 않은 자는 스스로 장로(長老)가 될 수 없다고 하는 격언 말입니다. 옛시인도, 무슨 일을 하려거든 나이 많은 능숙한 사람을 따르되 거역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정말이지 저보다 세상 일에 밝은 사람은 어딜 찾아보아도 없을 겁니다. 바로 이러한 제가 당신을 도우려고 여기 서 있지 않습니까. 저는 당신께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 역시 저에게 성내실 건 없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신 어르신의 은혜를 생각해서 저는 꾹 참겠습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소리쳤습니다.

「기가 막히는군. 당신 혓바닥은 수탕나귀 꼬리 만큼이나 길군. 참 잘도 지껄여대는군. 그 끝없는 수다는 난 딱 질색이야. 난 이발을 하기 위해 당신을 불렀지 그 수다를 듣기 위해 부른 게 아니야. 어서 머리를 깎아주든지 그렇지 않음 냉큼 돌아가 줘!」

그제서야 이발사는 내 머리에 비누를 바르고 거품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지껄였습니다.

「당신은 지금 저한테 화를 내고 계시는 모양인데 그러나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직 지혜가 얕은 도련님에 불과하니까요. 당신을 업고 학교에 데려다 드리곤 했던 것이 바로 어제만 같은 걸요」

「오! 제발! 제발! 어서 일이나 마치고 돌아가 주시오!」

저는 미칠 것만 같이 화가 나 옷을 갈기갈기 찢으며 소리쳤습니다. 나의 그러한 모습을 보자 이발사는 면도칼을 꺼내어 가죽 허리띠에다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칼을 갈고 있는 그의 모습 또한 나로 하여금 속이 뒤집어지게 했으니 그는 볼이 부은 얼굴을 하고는 언제 끝낼지 모를 만큼 아주 느릿느릿 칼을 갈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속이 터질 것만 같이 답답하여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기고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그제서야 이발사는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머리를 조금 밀었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멈추고 다시 지껄여대기 시작했습니다.

「나리,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서두르는 것은 악마의 걸음걸이이고 은혜로우신 신 알라의 발걸음은 느리답니다」』<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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