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이경숙-프로의식의 기본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세상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사명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다. 사명의식이라 함은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일에 대해 완성도를 달성하려는 마음자세를 의미한다. 즉 그 일의 결과와 성과에 대한 최고기대치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작은 실수가 성패좌우▼ 학교에 있다 보면 많은 양의 문서를 대하게 된다. 평교수 시절에는 학부 학생들이 제출하는 과제물을 비롯해서 석박사과정의 논문에 이르기까지 각종 보고서들을 읽고 평가해야 했고 총장직 취임 이후에는 부서별 기안문서에서부터 학교 홍보물, 직무관련 서류들과 각종 원고들을 접하고 있다. 밤새워 작성한 학생들의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행정부서에서 하나의 기안이 올라오기까지는 관련 부서 직원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서 만든 기획안이라 할지라도 결재 과정중에 발견되는 몇개의 잘못된 수치나 오자는 문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된다. 즉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나 아이디어로 구상된 사업계획이라도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야기된 작은 실수 하나가 작업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로서는 기안에서 나타난 사소한 몇자의 오타나 문법적 결함으로 작업전체를 평가당하는 것이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종결정자로서는 그 작은 실수 하나가 사업전체에 커다란 변수가 되어 큰 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소홀히 다룰 수가 없다. 결국 일은 정성이다. 아무리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작업이라도 그 과정 하나하나에 마음을 다하지 않고서는 「완성도」 높은 사업을 달성하기 어렵다. 정성이란 끈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최종마무리 단계까지 충실한 자세로 작업에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하는 일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완성도를 높일 수가 있다. 완성도를 이루려는 배경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투철한 책임 의식이 수반되어야 한다. 사회구성원간의 믿음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아무리 작은 업무일지라도 구성원간에 작업에 대한 신뢰가 높을 경우 조직은 불필요한 인적 물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다 효과적이고 진취적인 새로운 아이템들을 마음놓고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소성대(以小成大)」라는 말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변의 사소하고 하찮은 작은 일의 완성을 통해 큰 일을 이루도록 정성을 다한다는 정신이다. 정보화 세계화 개방화 통일시대로 불리는 21세기가 몇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사다난했던 96년도 이제 그 여운을 다하고 귀중한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또다른 시작은 끝마무리로부터 출발한다. 시작보다는 마무리를 더욱 중요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의 소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해 다부진 마무리를▼ 미래사회는 진정한 프로를 원한다. 프로는 자기의 업무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프로의식은 결국 끝마무리에서부터 시작되고 그것은 자기 일에 대한 긍지와 사랑, 그리고 끈기로부터 시작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으로 완성된다. 옛말에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있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좋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처음의 화려함보다는 다부진 마무리로 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진정한 「프로의식」이야말로 세계인들과 어깨를 겨루고 경쟁해야 할 우리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 전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경 숙<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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