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설과 재난

  • 입력 1996년 12월 1일 19시 58분


눈은 이제 더 이상 낭만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께부터 전국에 내린 큰 눈으로 도시의 출퇴근길과 고속도로가 얼어붙어 극심한 교통체증을 일으켰는가 하면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설화(雪禍)가 났다. 전국을 1일생활권으로 묶은 고속도로시대,평소에도 길이 막히는 도시화 자동차시대, 레저와 여행의 시대에 갑자기 내려 쌓이는 큰 눈은 온갖 재난을 부르는 하나의 큰 부담으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눈내리는 날의 마음설렘이나 손을 호호 불며 눈사람을 만드는 동심(童心)이야 변함이 없지만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더 이상 낭만과 향수(鄕愁)에 젖을 여유가 없다. 그 중 첫째로 우선 예보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상청의 예보능력은 그동안 많이 개선되었지만 장비와 기술과 인력이 더 필요하다면 투자를 늘려서라도 관측 예보능력을 더 높여야 한다. 그리고 전파매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곧 눈이 내린다는 정보를 어디서나 접할 수 있게 홍보망을 넓혀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는 요즈음이다. 눈만이 아니라 비와 바람 서리 우박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상예보와 홍보가 긴요하다. 둘째, 시민의 자구정신(自救精神)을 높일 필요가 있다. 내집식구 넘어질 일만을 걱정해 집앞의 눈을 치웠던 것은 아니다. 뒷골목 눈까지 정부에서 치워줄 것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동네길 눈은 동네사람이 모여 치우는 인심이 아쉽다. 눈이 오리라는 예보가 있으면 되도록 자가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사고를 줄이고 도로체증을 더는 지혜도 자구정신이다. 셋째, 제설(除雪)체제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서울이 3.5㎝의 눈에 맥을 못춘 것은 제설장비가 부족하고 제설제가 제자리에 없었던데다 인력동원이 늦고 분담체계가 바로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속도로나 지방도로도 마찬가지다. 막힘없는 교통소통은 곧 시간이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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