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북한군 송환을 보고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14분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1933년 히틀러 유겐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당시 독일 소년들은 10세가 되면 아리아인인지의 여부를 판정받았고 13세가 되면 그 아리아인 소년들은 무조건 이 청년단 조직에 가입, 나치에 헌신하고 히틀러에 충성하는 교육을 받았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은 그들은 18세가 되면 나치당원이 됐다 ▼연평도 부근 서해에서 구조된 뒤 4일만인 26일 북으로 송환된 북한군 전사 정광선은 60여년전의 히틀러 유겐트소년들을 연상시킨다. 표류중 구조되어 와서도 19세의 나이답지 않게 철저히 김정일만 외쳤던 그가 판문점 북한영내에 들어가자마자 무슨 큰 승리라도 쟁취한 듯 두손을 번쩍 쳐들며 환호하는 모습은 오히려 안쓰럽기까지했다. 아직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얼굴과는 달리 그의 의식세계는 완전히 「김정일 사상」으로 물든 듯해 북한체제의 어린 인형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 94년 2월에도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북한군 병사 2명을 구조해 북으로 무사히 되돌려 보낸 적이 있다. 지금의 북한측 태도는 그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당시 북한 중앙방송이나 어제 관영중앙통신은 한결같이 「적들이 회유와 기만으로 귀순을 시키려 했으나 최고 사령관이 있기에 사회주의 조국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북한은 정광선도 영웅으로 만들어 「김정일 유겐트」의 교육용 사례로 최대한 활용할 게 뻔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을 조속한 시일내에 북한으로 되돌려 보낸 것은 잘한 일이다. 귀순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정은 우리의 TV시청조차 거부할 정도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다만 현대판 나치유겐트를 다시 본 것 같아 떨떠름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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